포화가 이어지고 있는 태국-캄보디아 국경에서 휴전 가능성이 엿보입니다. 태국 정부가 “교전을 멈출 수 있다”는 조건부 입장을 내놓으면서 포성이 멈출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접경지 주민들은 평화가 돌아오길 간절하게 바라고 있습니다.
지난 7월에 이어 최근 다시 캄보디아와 무력 충돌한 태국이 캄보디아가 먼저 휴전을 발표해야 교전을 멈출 수 있다고 16일(현지시간) 밝혔습니다. 이날 AFP 통신에 따르면 마라티 날리타 안다모 태국 외교부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태국 영토를 침범한 침략 국가 캄보디아가 먼저 휴전을 발표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마라티 대변인은 또 앞서 양국이 합의한 국경 지뢰 제거 작업에도 캄보디아가 성실하게 협력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태국군이 분쟁의 ‘진원’으로 지목된 지역의 통제권을 되찾았다고 밝혔습니다. 이날 태국은 태국-캄보디아 접경지역인 ‘총안마’(Chong An Ma)에 보병부대를 투입해 지상작전을 벌인 뒤, 같은 날 오후 6시쯤 완전한 통제권을 회복했다고 전했습니다.
지난 7월 닷새 동안 국경 지대 무력 충돌로 최소 48명의 사망자를 낸 두 나라는 지난 10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등의 중재로 휴전협정을 체결했지요. 그러나 지난 7일 교전을 재개해 지금까지도 싸우고 있습니다. 태국-캄보디아 휴전 협정을 자신의 치적으로 내세워 온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양국이 13일부터 휴전에 합의했다고 말했지요. 훈 마네트 캄보디아 총리도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의장국 말레이시아의 휴전 제안을 지지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태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휴전 합의 주장을 부인한 가운데 교전은 지속되고 있습니다.
캄보디아 국방부는 전날 태국 공군의 F-16 전투기가 캄보디아 북서부 우다르미언쩨이주 쫑깔 지역과 인근 시엠레아프주 스레이스남 지역에 각각 있는 난민촌들 근처에 폭탄을 투하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중 스레이스남 지역은 국경에서 70㎞ 이상 떨어진 데다 세계적 관광지인 앙코르와트 사원으로부터 차로 두 시간이 채 걸리지 않을 정도로 가까운 곳입니다.
태국군은 또 두 나라와 모두 국경을 접한 라오스를 통해 캄보디아로 무기·연료가 흘러 들어간다는 첩보를 입수했다고 밝혔습니다. 따라서 이런 흐름을 막기 위해 전날부터 자국과 라오스 간 국경 검문소를 통한 무기·연료 수출을 제한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태국과 라오스는 태국에서 공급되는 연료가 라오스에서만 쓰이도록 보장하는 조건으로 연료 수출을 재개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태국 해군도 캄보디아로의 무기·연료 반입을 차단하기 위해 캄보디아를 오가는 태국 선박에 대한 검사를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다만 타이만 내 고위험 해역으로 지정한 구역에서 태국 선적 선박만 통제 대상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교전 장기화로 인명 피해도 커지고 있습니다. 전황과 피해 규모를 둘러싼 발표는 엇갈리지만, 로이터와 AFP 등의 보도를 종합하면 이달 들어 충돌이 격화하면서 양측 사망자는 최소 30명대에서 40명 안팎으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피란민도 50만명에서 많게는 80만명 수준으로 집계되고 있습니다. 또한 캄보디아 교육부는 지난 15일 국경 인접 6개 주에서 학교 1039곳에 휴교령을 내렸고, 태국에서도 국경 충돌 여파로 학교와 병원 등 시설이 잇따라 문을 닫고 있습니다.
태국 정부의 조건부 휴전 발언이 실제 휴전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또 하나의 외교적 수사에 그칠지는 아직 불투명합니다. 피란민들이 절실하게 원하는 것은 두 나라 정부 간 책임 공방이 아니라 총성의 중단입니다. 전쟁의 끝은 선언이 아니라 일상의 회복입니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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