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 임원급 영입…정부·국회 로비

정부 전직 인사·대형 로펌서도 채용

기업 전반 만연된 문화… 규제 필요성

정권 따라 라인 교체하며 권력 줄대기

1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쿠팡 침해사고 관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해롤드 로저스 쿠팡 대표이사가 의원들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왼쪽부터 조용우 쿠팡 국회·정부 담당 부사장, 로저스 대표. 민병기 쿠팡 대외협력 총괄 부사장, 김명규 쿠팡이츠서비스 대표. 연합뉴스
1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쿠팡 침해사고 관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해롤드 로저스 쿠팡 대표이사가 의원들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왼쪽부터 조용우 쿠팡 국회·정부 담당 부사장, 로저스 대표. 민병기 쿠팡 대외협력 총괄 부사장, 김명규 쿠팡이츠서비스 대표. 연합뉴스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계기로 기업들의 ‘대관’ 조직과 전관 채용 관행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제가 된 쿠팡 뿐만 아니라 기업 전반의 문화로 자리잡았다는 지적이다. 이에 정관계 출신 인사들을 통한 로비에 대한 법제도 정비가 시급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국회와 정부를 상대로 규제·입법 리스크를 관리하는 대관 업무 자체는 기업 활동의 일부라는 관점도 있지만 쿠팡의 사례처럼 상당수 기업들이 사건·사고가 반복되는 국면마다 관련 부처·국회 출신 인사 영입을 늘려왔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쿠팡의 대관 인력은 주로 관련 부처 공무원들과 국회 보좌관 중심으로 이뤄져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가 쿠팡 침해사고 관련 청문회에서 ‘대관 라인’을 증인이나 참고인으로 세우려 한 것도 이러한 문제의식의 연장선이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최민희 과방위원장실이 공개한 ‘국회 공직자윤리위·정부 공직자윤리위’(2024년 1월~2025년 11월)에 따르면 대통령비서실, 검찰·경찰, 공정거래위원회, 산업통상자원부, 고용노동부, 국회 보좌관 출신 인사 등 25명이 쿠팡 취업 가능 판정을 받았다. 이들 상당수는 쿠팡 고위 임원급으로 영입돼 정부와 국회를 상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특히 국회 보좌관과 정책연구위원 등 11명이 쿠팡 및 계열사에 취업했다.

쿠팡은 공식적으로는 대관팀이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쿠팡의 대관 인력이 대외협력 등 다양한 직책으로 존재한다고 보고 있다.

이에 합법적 대외협력과 ‘로비’의 경계가 논란이다. 정치권에서는 쿠팡이 국정감사·청문회 등에서 핵심 경영진의 출석을 최소화하고, 대신 대관 조직이 방어선 역할을 해온 것 아니냐는 의혹이 반복적으로 제기돼 왔다.

이같은 로비조직 운영은 쿠팡만의 문제는 아니다. 주요 대기업들과 대형 법무법인(로펌)들, 금융기관들도 각 부처 고위 공무원들과 국회 보좌관들을 채용해 대관업무에 배치하고 있다.

올해 들어 11월까지 인사혁신처 공직윤리시스템에 공시된 퇴직공직자 취업 심사 결과 삼성, 한화, LIG넥스원, 김앤장 법률사무소 현대차, 법무법인 율촌, CJ, 한국항공우주산업 등의 대기업그룹과 법무법인들이 정부 출신 등의 인사들을 채용했다.

지난 4년간 법무법인 YK의 퇴직공직자의 재취업 규모는 경찰청 등 부처에서 110여명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고문이나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며 각종 법률문제에 대응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화와 현대차, SK, 롯데, 카카오, CJ 등 대기업들과 세종, 광장, 율촌 등 법무법인들은 지난 4년간 많게는 80여명, 적게는 30여명의 퇴직공직자를 영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거래와 같은 정부의 규제나 국회 입법, 또는 노동 문제 등으로 전관 영입이 이뤄지고 있다. 영입된 전관들과 보좌관들은 주로 기업과 법무법인의 전무나 상무, 연구원, 고문, 사외이사 등으로 재취업하고 있다. 주요 금융지주와 은행, 보험, 증권 등 금융기관들은 금융위원회 전현직 관료와 금융감독원이나 검경 출신 인사들을 채용해오고 있다.

전관 채용이 제도적으로 허용되는 영역이라 하더라도, 그 인력들이 실제로 어떤 방식으로 국회·정부와 접촉하고, 사고 대응이나 규제 완화, 증인 채택 과정에 영향을 미쳤는지가 확인된다면 논란은 단순한 기업 인사 문제를 넘어 ‘정경유착’ 프레임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정치권이 쿠팡을 향해 “대관 라인의 실체를 공개하라”고 압박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쿠팡 측은 “쿠팡의 고용 증가율 대비 전관 채용 인원은 다른 기업과 비교해 적은 수준”이라고 맞서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과거 정권이 바뀌어 정부에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일 경우 “대관 라인을 바꾸면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쿠팡이 최근 몇 년간 규제·노동·사법 리스크가 한꺼번에 겹친 상황에서 대관 인력을 공격적으로 확충한 것으로 비치면서, ‘관행’이라는 말로는 해결되지 않는 지점이 생겼다는 게 정치권 시각이다.

쿠팡의 올해 정부 전직 인사 채용 규모는 다섯 번째로 많은 수준이다. 쿠팡은 쿠팡풀필먼트서비스·쿠팡로지스틱스·쿠팡페이 등 자회사까지 10명의 전직 정부 인사를 채용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를 2021년∼2025년 11월까지 4년으로 확대하면 쿠팡에 취업한 정부 전직 인사는 30명이며, 이 가운데 10명의 정부 인사가 올해 들어 쿠팡에 재취업한 것으로 조사됐다.

안소현 기자(ashright@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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