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내연기관차 10% 허용

韓, 친환경차 980만대 목표

“중국에 내수시장 뺏길수도”

경기 고양시 한 휴게소에 위치한 테슬라 전기차 충전소 수퍼차저에서 전기차들이 충전을 하고 있다. 디지털타임스 DB
경기 고양시 한 휴게소에 위치한 테슬라 전기차 충전소 수퍼차저에서 전기차들이 충전을 하고 있다. 디지털타임스 DB

친환경차 규제에서 가장 앞서갔던 유럽연합(EU)이 급제동을 걸었다. 중국의 저가 공세 등으로부터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2035년부터 내연기관차 신차 판매를 전면 금지하려던 규제 수위를 낮춘 것으로 풀이된다.

반대로 한국은 급발진 페달을 밟고 있다. 우리 정부는 최근 공개한 ‘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2035 NDC)에서 사실상 친환경차만 팔게 만들었다.

전문가들은 자동차 선진국으로 꼽히는 유럽까지도 속도조절을 하는 와중에 우리만 밀어붙일 경우 중국에 안방을 내어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EU가 2035년부터 사실상 내연기관차 판매를 전면 금지하기로 한 방침을 철회할 계획이라고 15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EU 집행위원회는 2035년부터 신차 탄소 배출량을 100%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이미 법제화한 상태다. 그러나 EU 집행위가 제시할 개정안에는 2021년 배출량의 10% 수준까지 내연기관차 판매를 허용하는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FT는 EU집행위가 해당 법 개정안을 16일 공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그간 독일, 이탈리아 등 주요 자동차 생산국들은 해당 규제에 비판적인 입장을 취해왔다. EU 집행위는 이번 개정안에서 이를 일부 수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기술 진전과 전기차 보급 속도가 당초 계획을 따르지 못하면서 유럽이 계획했던 저감 목표를 맞추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중국의 반값 전기차 공세로 자국 자동차 산업이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이번 개정안에 담긴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데이터포스에 따르면 중국 자동차 업체들은 지난 9월 유럽에서 기아 등 한국 업체를 제치고 사상 최고 판매량을 기록했다.

EU가 중국 전기차에 대해 최고 47.6%의 관세를 부과했지만 중국의 공세를 사실상 막지 못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업계 관계자는 “EU의 규제 완화는 단순한 정책 후퇴가 아닌 중국산 전기차의 시장 장악 움직임을 저지하고 유럽 완성차 업체들에게 시간을 벌어주기 위한 판단도 깔려 있다”고 말했다.

미국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은 전기차 세액 공제 등 친환경차 지원 정책을 폐지했고, 직후인 지난 11월 현지 전기차 판매량은 약 40% 감소했다.

그에 비해 한국은 친환경 성향이 강한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관련 규제가 더 강화되는 분위기다. 정부는 지난달 24일 공개 토론회에서 2035년 무공해차 보급 목표를 최대 980만대(전체 등록차의 35% 이상)로 제시했다.

이에 대해 자동차모빌리티산업연합회(KAIA)는 “840만대 목표는 2035년 무공해차 90% 이상을 전제로 해야 하고, 980만대는 사실상 내연기관 판매 금지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반발했다.

결과적으로 정부의 이 같은 친환경차 규제가 결국 중국차를 밀어주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올해 초 국내 시장에 진입한 BYD는 지난달 1164대를 판매하며 단숨에 수입차 판매 5위 자리에 올랐다.

자동차 부품 생태계가 급격히 무너질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도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은 “급격한 전환이 추진될 경우 대규모 구조조정과 고용 불안이 가중될 수 있다”며 “내연기관 부품기업에 전환 대응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임주희 기자 ju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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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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