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 동결 기조를 예상보다 길게 가져갈 가능성을 시사했다. 성장과 물가 전망을 동시에 상향 조정하는 한편 환율 변동성과 금융안정 리스크를 주요 변수로 지목하면서 금리 인하에 보다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한국은행이 16일 공개한 '2025년도 제22차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 따르면 다수의 금통위원들은 금리 인하 기조 자체는 유지하면서 당분간 기준금리를 동결하며 대내외 여건 변화를 점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한 금통위원은 "금융안정 리스크가 상존하는 가운데 성장과 물가 전망이 상향 조정된 상황임을 고려해, 앞으로 당분간 금리를 동결하고 대내외 여건의 변화를 점검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한은은 지난달 기준금리를 연 2.50%로 동결했다. 의사록에 따르면 3개월 후 금리 전망을 묻는 '포워드 가이던스'에서도 인하 전망을 제시한 위원은 3명으로 줄어든 반면, 동결을 예상한 위원은 3명으로 늘어나며 인하와 동결 의견이 맞섰다.
금통위원들은 환율과 금융안정을 금리 판단의 핵심 변수로 꼽았다. 한 위원은 "원·달러 환율은 한·미 관세협상 타결에도 1400원대 중후반 수준으로 올랐다"며 "최근 환율 상승은 내외금리차 역전과 미 달러화 강세 이외에 거주자의 해외투자 확대 등 한국 고유의 구조적 요인 영향이 컸다. 앞으로도 수급 불균형으로 환율이 높은 수준을 지속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신성환 위원 역시 환율 상승의 구조적 배경을 강조했다. 신 위원은 "원·달러 환율 상승의 주요한 요인은 거주자의 대규모 해외투자"라며 "일정 수준의 원화 약세는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되지만 최근 환율은 과도하게 저평가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환율 문제는 범정부 차원의 외환 수급 관련 대책을 통해 대응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금리 인하 필요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의견도 이어졌다. 한 위원은 "기준금리 인하 기조는 여전히 유효하다"면서도 "실물경제 개선 흐름과 환율, 금융안정을 충분히 감안해 인하 시기와 폭을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위원은 "물가와 실물경제 전망 경로가 소폭 상향 조정되면서 금리 인하 필요성이 다소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민간 부문의 회복세가 아직 견고하지 못하다는 점에서 완화적 통화정책이 아직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성장 측면에서는 인공지능(AI) 관련 인프라 투자와 건설투자 회복이 언급됐다. 한 금통위원은 "내년 건설투자가 플러스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는 AI 관련 인프라 확충과 정부의 SOC 투자 등이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다른 위원은 "양호한 성장 흐름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IT 부문 외에도 여타 부문의 회복세가 뒷받침돼야 한다"며 "새로운 성장동력이 창출될 수 있도록 구조개선 관련 분석과 정부와의 협의를 지속해 달라"고 당부했다.
금통위원들은 소비와 수출이 개선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수도권 주택가격과 가계부채, 환율 변동성 등 금융안정 리스크가 여전히 남아 있다고 판단했다.
다수 위원은 "성장세 회복을 지원하는 현재의 정책 기조를 이어가되 대내외 경제 여건 변화를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며 "향후 통화정책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되 금융안정 상황 등을 고려해 추가 인하 여부와 시기를 결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진아 기자 gnyu4@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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