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박한나의 배터리ON’은 독자들이 궁금해하는 배터리 분야의 질문을 대신 해드리는 코너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을 비롯해 배터리 밸류체인에 걸쳐 있는 다양한 궁금증을 물어보고 낱낱이 전달하고자 합니다.
국내 배터리 3사가 북미 전기차 수요 정체에 대응해 현지 사업 전략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외형 확장에 주력했다면 이제는 단독 공장 전환과 에너지저장장치(ESS) 라인 변경으로 수익성을 방어하는 전략적 선택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SK온, 합작 ‘블루오벌SK’→단독법인 전환…합작 청산 이번이 두 번째
SK온과 포드는 최근 북미 합작법인(JV) ‘블루오벌SK’를 정리하고 양사 각각 단독 공장을 확보하기로 했습니다. SK온은 테네시 주에 위치한 공장을, 포드는 자회사를 통해 켄터키 주에 위치한 1·2공장을 각각 운영하게 됩니다.
이는 전기차 수요 둔화에 생산 라인을 유연하게 운영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풀이됩니다. 이미 테네시 공장의 대규모 시설투자(CAPEX)를 상당 부분 집행한 만큼 기존 공장과 라인을 대상으로 한 전략적 사이즈 재편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입니다.
SK온의 미국 테네시 단독 공장은 향후 포드 물량뿐 아니라 다른 완성차 업체와 ESS 고객사 물량까지 대응할 예정입니다. 합작 형태는 파트너사의 전기차 생산 계획에 묶여 있지만 이제는 의사결정을 독자적으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SK온 입장에서는 이번 북미 자산 구조의 재편으로 수익성 강화와 중장기 재무 건전성 확보라는 생존 조건을 확보하게 된 것입니다. 삼성증권은 블루오벌SK의 청산으로 SK이노베이션 연결 기준 부채가 약 5조5000억원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올해 SK온의 합작공장 청산은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SK온은 지난달 20일에도 옌청 합작법인은 SK온이 지분 100%를 확보하는 단독법인으로 전환하고, 광둥성 후이저우 합작법인은 EVE에너지가 전량을 보유하는 지분 스와프를 추진했습니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SK온 재무적 투자자(FI) 퇴출 이후 자산 경량화 관점에서의 구조조정 과정으로 해석 가능합니다”라며 “향후 사업 정상화를 위해선 중국 1공장의 합작 청산, 중국 업체들의 신규 진입이 거세질 유럽 공장의 추가 매각도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LG엔솔, GM 합작 3공장 단독 인수…ESS 생산라인 전환 활발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5월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의 합작사 ‘얼티엄셀즈’ 3공장을 단독 공장으로 전환했습니다. 미시간주 랜싱에 건설 중이던 얼티엄셀즈 3공장 지분을 약 3조원에 전량 인수해 전기차에 더해 ESS까지 생산 포트폴리오를 넓히며 북미 생산 전략을 손질 중입니다.
얼티엄셀즈 단독 공장은 당장 내년 가동을 목표로 도요타 전기차용 배터리를 포함한 글로벌 완성차 물량에 대응하는 동시에 일부 라인은 ESS용으로 활용할 예정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를 위해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7월에도 약 6조원 규모의 ESS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으며, 테슬라향 물량으로 추정됩니다.
최근에는 메르세데스-벤츠와도 2조600억원 규모의 중저가형 전기차 모델에 탑재되는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었습니다. 단독 공장의 일부 라인을 ESS로 활용하며 차종 의존도를 낮추는 고객 다변화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삼성SDI, 스텔란티스 합작공장에 ESS LFP 라인 전환…테슬라와도 협의 중
삼성SDI도 스텔란티스와의 합작법인인 ‘스타플러스에너지’(SPE)의 인디애나공장 생산 라인 일부를 삼원계(NCA) 기반 ESS 배터리용으로 전환해 가동 중입니다. 지난 3월 미국 최대 전력회사인 넥스트에라에너지와 약 4374억원 규모의 NCA ESS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한 데 따른 조치입니다.
LFP 기반의 ESS의 경우 SPE에서 라인 전환을 준비 중으로 내년 4분기부터 가동할 예정입니다. 이 일환으로 이달 10일에는 미국 에너지 인프라 개발·운영업체와 2조원대 규모의 ESS용 LFP 계약도 맺었습니다.
이 계약은 2027년부터 약 3년간 공급하는 것으로, 전기차 수요 둔화를 ESS로 보완해 수익원을 다변화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됩니다. 이 물량 역시 미국 현지 합작공장의 라인 전환을 통해 생산할 예정입니다.
삼성SDI는 테슬라와도 ESS용 LFP 배터리 공급 협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외에도 다양한 업체와 공급 협의를 진행 중인 만큼 스텔란티스 코코모 합작 2공장과 GM과의 뉴칼라일 합작공장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ESS가 전기차 부진 메우긴 어려워”…ESS 연평균 성장률 25% 이상
배터리 3사는 이러한 전략 수정이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글로벌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증설로 전력망 수요가 폭증하면서 ESS 시장이 전기차 배터리의 대안으로 급부상했기 때문입니다.
SK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전기차용 배터리 수요는 올해 1075GWh에서 내년 1210GWh로 전망되는데 ESS 배터리 수요는 같은 기간 288GWh에서 359GWh로 확대될 전망입니다. 전기차 전체 산업의 성장 공백을 메우기에는 부족하지만 ESS 연평균 성장률은 25% 이상으로 성장률이 20%를 밑도는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과는 확연히 차별된다는 분석입니다.
박형우 SK증권 연구원은 “전기차 시장의 부진을 ESS 성장세가 상쇄하기는 부족하지만 운송 부문을 넘어선 발전·에너지 인프라로서 ESS의 잠재력은 매우 큽니다”라며 “전기차 수요 둔화를 버티면서도 ESS와 AI라는 신규 모멘텀을 수익으로 연결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북미 전기차 둔화가 예상되는 만큼 새 먹거리로 ESS 사업을 빠르게 키울 필요가 있습니다”라며 “단독 공장을 확보한 배터리사들은 신규 고객 유치와 공급 협의에서 한층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박한나 기자(park27@dt.co.kr)실시간 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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