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우경화 흐름 상징으로 부상

양극단으로 갈라진 국론 통합 과제

핵심 공약은 ‘치안 불안 문제 해소’

美 트럼프 행정부 즉각 환영메시지

14일(현지시간) 칠레 대선 결선 결과에 환호하는 카스트 지지자들. 연합뉴스
14일(현지시간) 칠레 대선 결선 결과에 환호하는 카스트 지지자들. 연합뉴스

호세 안토니오 카스트 칠레 대통령

강경 보수 성향의 호세 안토니오 카스트(59·사진) 공화당 후보가 칠레 대통령 선거에서 압승을 거두며 정권 교체에 성공했다. 카스트 당선인은 승리 일성으로 “칠레에는 질서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향후 국정 운영의 방향을 분명히 했다. 범죄 척결과 불법 이민자 추방, 국가 역할 축소와 시장 경제 복원을 전면에 내세운 그는 칠레 사회의 급격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칠레 선거관리위원회(Servicio Electoral de Chile·SERVEL)는 14일(현지시간) 개표율 99.33% 기준 카스트 58.18%, 하라 41.82% 득표율을 각각 기록했다고 공표했다.

선거 과정에서 범죄 퇴치, 불법체류자 추방, 경제 부흥을 공약한 카스트 당선인은 승리 확정 후 연설에서 “칠레에는 질서가 필요하다. 거리에서, 국가에서, 잃어버린 우선순위에서 질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좌파 집권당의 지지를 받았으나 큰 표 차로 패배한 하라 후보는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카스트 대통령 당선인에게 전화를 걸어 축하의 말을 전했다”며 패배를 승복했다.

‘질서’를 중시하며 군사 독재 시절 이후 칠레를 가장 급격한 방식으로 보수의 길로 이끌 것으로 예상되는 카스트 대통령 당선인은 양극단으로 갈라진 국론을 통합해야 하는 무거운 과제도 안게 됐다. 여소야대 의회 지형과 여전히 영향력 있는 좌파 시민사회계 저항은 ‘철권통치’ 구상에 험로를 예고하고 있다.

최근 중남미에서 관찰되는 우파 집권 흐름인 ‘블루 타이드’(Blue Tide) 현상은 뚜렷해졌다. 현재 아르헨티나·에콰도르·파라과이·볼리비아·엘살바도르·코스타리카에는 범보수 성향 정권이 들어서고 있다. ‘트럼프 외압’ 논란을 빚고 있는 온두라스에서도 좌파 여당 후보가 낙선의 고배를 들 가능성이 크다.

내년 3월 취임하는 카스트 대통령 당선인은 이제 ‘질서 회복’을 앞세운 강경 보수 실험을 본격화하게 된다. 중남미 전반으로 확산되는 우경화 흐름 속에서, 그의 선택이 칠레를 안정으로 이끌지, 또 다른 갈등의 출발점이 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의 핵심 공약은 치안이다. 카스트 당선인은 “지난 4년간 좌파 정부하에서 불거진 치안 불안 문제”를 언급하며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정부의 초대형 교도소 건립이나 비상사태 선포 등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그는 유세 기간 내내 불법 이민자를 향해 “국경에 도랑을 파서 물리적으로 차단할 것”, “옷만 걸친 채 떠나야 할 시간이 오기 전에 떠나라”고 경고한 바 있다. 그는 조직범죄와 대응하기 위해 군의 권한 확대와 비상사태 선포, 대형 교도소 건설, 갱단원 대거 수감 등의 정책도 공약에 포함했다.

카스트 당선인은 카르텔 범죄 증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마노 두라’(Mano dura·철권 통치) 모델을 공개적으로 언급해 왔다. 대형 교도소 건설과 갱단원 대거 수감 정책을 칠레 현실에 맞게 도입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이는 여소야대 의회 지형과 영향력 있는 좌파 시민사회계의 저항이 있어 험로가 예상된다.

경제 분야에서도 방향 전환은 분명하다. 카스트 당선인은 “시장 경제로의 회귀”를 선언하며, 공공예산 삭감과 규제 완화, 기업 법인세 인하, 국영기업 민영화를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이는 좌파 성향의 보리치 정부가 확대해 온 복지와 국가 개입 정책을 대폭 수정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의 정치적 배경 역시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카스트 대통령 당선인은 독일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났다. 2차 세계대전 후 칠레로 넘어와 사업가로 변신한 그의 부친은 미하엘 카스트 쉰들러(1924∼2014)로, 나치당원이자 육군 예비역 장교로 알려져 있다. 아버지에 대해 카스트 대통령 당선인은 “나치의 강제 징집 피해자”라고 주장해 왔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즉각 환영 메시지를 내며 “공공 안전 강화와 불법 이민 종식이라는 공동 과제를 함께 추진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반면 칠레 내부에서는 여소야대 의회 구조와 강력한 좌파 시민사회의 저항이 그의 국정 운영에 상당한 제약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안소현 기자 ashright@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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