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월가에서 인공지능(AI) 산업에 대한 투자 과열을 우려하는 ‘AI 거품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막대한 설비 투자로 인한 자금 조달 부담과 주요 기업들의 성장세 둔화 조짐이 맞물리면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AI를 주도하는 미국 테크 그룹에 연계된 신용부도스와프(CDS)의 거래량이 올해 9월 초부터 최근까지 약 90%가 급증했다고 파생금융상품 청산기관 DTCC의 자료를 인용해 15일 보도했다. CDS는 기업 파산 시 손실을 보상받는 파생상품으로, 거래량 증가는 해당 기업의 신용 위험에 대비하려는 수요가 늘었음을 의미한다.
이 같은 현상은 AI 설비 투자를 위해 대규모 자금을 조달한 기업들에서 두드러졌다.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인 오라클과 코어위브, 그리고 지난 10월 300억 달러 규모의 채권을 발행한 메타플랫폼(메타) 등의 CDS 거래가 큰 폭으로 늘었다.
실제로 올가을 메타, 아마존, 알파벳(구글), 오라클 등 4개사가 AI 프로젝트를 위해 조달한 자금은 880억 달러(약 129조7000억원)에 달한다. JP모건은 2030년경 투자 적격 등급 기업들의 AI 관련 자금 조달 규모가 1조 5천억 달러까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기업들의 실적 부진과 주가 하락도 거품론에 힘을 싣고 있다. 오라클은 최근 발표한 분기 실적에서 클라우드 매출이 시장 예상치를 밑돌며 주가가 폭락했고, CDS 가격은 2009년 이후 최고치로 치솟았다. 브로드컴과 엔비디아 주가 역시 지난주 각각 11.4%, 5.7% 하락했다.
AI 기술주의 성장 둔화 전망도 제기됐다. 14일 블룸버그 통신은 ‘매그니피센트 7(애플·엔비디아·테슬라 등 미 7대 기술주)’의 내년 순이익 증가율이 18%에 그쳐 최근 4년 사이 최저치를 기록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특히 메타와 마이크로소프트(MS)는 주주 환원 정책 등을 고려할 때 내년 잉여현금흐름(FCF)이 마이너스로 돌아설 것으로 예측됐다.
다만, 현재 상황을 과거 ‘닷컴 버블’과 동일시하기 어렵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현재 나스닥 100 지수의 주가수익비율(PER)은 예상 수익 대비 26배 수준으로, 닷컴 버블 당시의 80배 이상과 비교하면 과열 정도가 덜하다는 분석이다. 엔비디아, 알파벳 등 주요 종목의 PER 역시 30배 이하로 비교적 합리적인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광태 기자(ktkim@dt.co.kr)실시간 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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