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차 조준경·전투기 광학장비 등 첨단 핵심부품 생산

기존 5개 시설, 구미 집결… 이동 효율성·공정 최적화

한화시스템 구미사업장 전경. 한화시스템 제공
한화시스템 구미사업장 전경. 한화시스템 제공

한화시스템 구미 신사업장

버스가 정문을 통과하자 깔끔하고 정돈된 건물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12일 찾아간 경북 구미에 위치한 한화시스템 구미 신사업장은 제조 공장이라기보다 연구·교육시설처럼 학구적인 이미지를 풍겼다.

이곳은 전차 조준경, 전투기 전자광학장비 등 K-방산 대표 수출품인 K2 전차, KF-21의 ‘눈’ 역할을 하는 핵심 부품을 생산하는 곳이다. 학교 같은 느낌을 주는 이유는, 이 곳이 반도체만큼 고도로 정밀한 생산이 필요한 첨단 제조공장이어서다.

보안 상 버스에 노트북을 두고 내리고, 휴대폰 카메라 렌즈가 봉인되면서부터 이곳이 일반 생산시설이 아닌 방위산업 제조시설이라는 것이 실감났다.

한화시스템은 기존 4만5000㎡ 규모의 사업장을 떠나, 2배가량 커진 8만9000㎡ 부지의 신사업장으로 생산시설을 확장·이전했다. 약 2800억원을 투자해 2년간의 공사를 거쳐 지난 7월 준공했으며, 세 달 뒤인 10월에 이전을 마무리했다. 이로써 한화시스템은 한화그룹으로 인수된지 10년만에 삼성전자 1사업장에서의 셋방살이를 청산하고 자체 사업장을 가지게 됐다.

구미사업장은 천궁-II 다기능레이다(MFR), K2 전차와 K9 자주포에 들어가는 핵심 전자광학, 해양 전투관리체계(CMS) 등이 양산될 뿐 아니라 연구, 시험, 유지·보수·정비(MRO)까지 한 곳에서 이뤄지는 통합 방산 제조·연구시설이다.

한화시스템 직원들이 콕핏형 통합함교체계(IBS) 장비를 시연하고 있다. 한화시스템 제공
한화시스템 직원들이 콕핏형 통합함교체계(IBS) 장비를 시연하고 있다. 한화시스템 제공

◇ 함정 두뇌가 태어나는 ‘연구동’

이곳은 크게 본관동, 연구동, 개발시험동, 제조동, MRO동으로 나뉘어 있다.

방문객 접견장소와 임직원들을 위한 식사 및 복지시설 등이 마련된 본관동 옆에는 연구동이 위치해 있다. 연구동에선 국내 최고 수준의 해양시스템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한화시스템 해양연구소는 미래 무인체계, 소나체계를 연구하는 인력이 있는 경기 판교를 제외하면 모두 구미에서 연구개발(R&D)을 진행하고 있다. 함정에 들어가는 CMS, 통합기관제어체계(ECS)의 국산화 뿐만 아니라, 해양 유·무인복합체계 개발 등 다양한 기술들이 이 곳에서 개발되고 있다.

한화시스템 직원이 시험 작업장에서 K2 전차장 조준경 최종 성능시험을 수행하고 있다. 한화시스템 제공
한화시스템 직원이 시험 작업장에서 K2 전차장 조준경 최종 성능시험을 수행하고 있다. 한화시스템 제공

◇KDDX가 먼저 전투를 치르는 ‘개발시험동’

그 다음으로 방문한 곳은 개발시험동이었다. 이곳은 다양한 함형의 실제 CMS 장비와 동일한 환경을 육상에 구현해 단위장비시험과 공장수락시험을 포함한 해군 전투체계의 육상 통합시험을 수행할 수 있는 대규모 시설이다. 이 곳에서는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에 들어가는 첨단 IT 기술을 적용한 전투체계의 개발·검증 시험이 이뤄지고 있다. 한화시스템은 지난 2020년 12월 KDDX의 CMS, MFR 개발 사업을 수주·계약한 바 있다.

회사는 이 곳에 시스템 캐비닛, 다기능 콘솔 등으로 구성된 KDDX 함정 내부를 육상에 그대로 옮겨 놓았다. 한화시스템은 컴퓨터의 본체 역할을 하는 시스템 캐비닛을 2개 이상으로 똑같이 만들어 탑재하는 다중화 설계를 통해 장비가 고장나거나 전장 상황에서 피격됐을 때에도 차질 없이 전투체계를 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개발시험동은 개발이 종료된 후에도 성능 개량,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후속군수지원 등을 담당해 20~30년가량 군에서 운용되는 KDDX 전투체계의 탄생과 평생 관리까지 책임지는 곳이다.

한화시스템 제조동에 위치한 자재관리실. 한화시스템 제공
한화시스템 제조동에 위치한 자재관리실. 한화시스템 제공

◇정밀함으로 완성 되는 방산 생산 현장 ‘제조동’

마지막으로 방문한 곳은 구미사업장에서 가장 넓은 평수를 차지하고 있는 제조동이었다. 제조동은 지하 1층부터 지상 4층, 약 4만㎡의 규모로 지어졌다.

한화시스템은 이 곳에 ‘무진동 청정실’을 새로 구축했다. 실제 전장에선 먼지보다 작은 오차가 결과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무진동 청정실은 밖에 차량의 미세한 떨림조차 허용하지 않는다. 전투기의 ‘눈’이 될 고정밀 전자광학 제품의 오차를 최소화해 최고의 성능 및 품질을 안정적으로 구현한다.

제조동에서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는 건 ‘천궁 체계 레이다 조립·시험장’이다. 국내 최초 원스톱 생산라인이 구축된 중·대형 레이다 조립·시험장이기도 하다.

완성품이 크고, 크레인이 들어와야 하는 작업 환경상 1층에서 3층까지 가장 높은 높이를 자랑하기도 했다.

한화시스템의 천궁-II 다기능레이다(안테나군) 모습. 한화시스템 제공
한화시스템의 천궁-II 다기능레이다(안테나군) 모습. 한화시스템 제공

현재는 천궁 -II MFR 핵심 구성품 및 체계 조립·시험 공정이 진행 중이다. 한 쪽에선 안테나 근접전계 챔버 공사 중이었는데, 내년 1월 완공이 목표다.

완공되면 천궁-II MFR 및 KF-21 능동위상배열(AESA) 안테나를 비롯한 다양한 과제의 안테나 성능 측정 시설로 활용될 예정이다.

방산 제조시설답게 원자재 및 첨단 부품을 보관하는 ‘자재관리실’도 크기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약 2300㎡ 규모로 원활한 자재공급을 위해 3만5000여종까지 자동화 시스템을 통해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이곳은 노르웨이의 물류 자동화 솔루션 기업인 오토스토어의 시스템, 자율이동로봇 등을 도입해 품질 안정성과 재고 정확도를 높였다. 이를 통해 약 1000㎡의 면적을 절감하기도 했다.

2·3층엔 루마니아, 이집트, 폴란드 등으로 수출되는 K2 전차와 K9 자주포 수출 제품의 사격통제장치를 양산·시험하는 일반작업장 1, 해양 전투체계 및 전술통신체계를 위한 해양 CMS 시험장 등이 위치했다.

한화시스템은 구미사업장을 통해 글로벌 안보수요 확대와 첨단 무기체계의 국내 전력화 사업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한화시스템 전사의 수출 비중은 20% 수준이다.

김용진 한화시스템 구미사업장장(상무)은 “사업장을 이전하면서 기존 5개 건물에 흩어져 있던 시험·생산시설이 한 건물에서 이루어지다 보니 물류 이동 효율성을 높이고, 공정을 개선하면서 원가 절감 등 최적화 노력을 시도했다”며 “아울러 온도·습도 등에 민감한 고정밀 제품들이 최적의 성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1500평 정도의 규모로 청정지도 구축해 품질도 높였다”고 말했다.

임주희 기자 ju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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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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