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단고기, 졸지에 역사학의 ‘문헌’ 돼버렸다”

“‘환빠’는 25년 전 철 지난 유행…갑자기 왜 다시 튀어나오는지 모르겠어”

“대통령실 해명이 오히려 문제 키우고 있어”

“그냥 말이 헛 나왔다고 사과하면 될 터”

이재명 대통령(왼쪽)과 진중권 동양대 교수. [디지털타임스 DB]
이재명 대통령(왼쪽)과 진중권 동양대 교수. [디지털타임스 DB]

진중권 동양대 교수가 정치권을 강타한 이재명 대통령의 ‘환단고기’ 언급 논란과 관련해 “이것이 그저 대통령 개인의 단순한 실수나 교양의 결핍에 그치는 게 아니라는 불길한 예감이 든다”고 대립각을 세웠다.

15일 정치권에 따르면, 진중권 교수는 전날 자신의 SNS를 통해 “환단고기가 졸지에 역사학의 ‘문헌’이 돼버렸다. ‘환빠’(환단고기 추종자)는 25년 전 철 지난 유행인데 갑자기 왜 다시 튀어나오는지 모르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진 교수는 “대통령실 해명이 오히려 문제를 키우고 있다”면서 “그냥 말이 헛 나왔다고 사과하면 될 터”라고 현 상황을 짚었다.

그는 이번 논란이 사회적 퇴행으로 볼 수 있다는 시각을 드러냈다. 진 교수는 “나치가 아리아 인종 기원을 찾으려 고고학자들을 보냈고, 일제가 임나일본부를 찾으려 남의 나라 무덤을 파헤쳤지만 결국 아무 증거도 찾지 못했다”며 “이 모두가 과학이 신화의 신하가 될 때 발생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인류는 오랜 시간에 걸쳐 이야기(뮈토스)에서 이성적 설명(로고스)으로 이행해 왔지만, 최근 다시 로고스에서 뮈토스로 되돌아가는 경향이 두드러진다”고 분석했다.

방송인 김어준씨가 한 때 주장했던 ‘개표 조작 음모론’을 다른 예시로 든 진 교수는 “김어준이라는 이야기꾼의 허구(구라)를 한국이나 미국의 대학 교수들이 전문용어를 동원해 ‘K값’ 등 과학적 이론으로 둔갑시켰다”면서 “김어준이 세계를 열면 학자들이 들어와 이론적으로 정당화해 주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더불어민주당은 물론 국민의힘 지지자들의 멘탈리티 역시 과학이나 이성을 이야기에 종속시키는 특징을 보인다”고 주장했다. 야당인 국민의힘 측 음모론에 대해서는 “이성의 잡티가 섞이지 않은 고대 오리지널 허구에 가깝다”고 직격했다.

앞서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은 업무보고에서 박지향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에게 ”역사 교육과 관련해선 ‘환빠’ 논쟁이 있지요“라면서 환단고기 진위 여부 논쟁을 물었다. 이에 박 이사장은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이에 이 대통령이 “환단고기를 연구하는 사람들을 비하해서 ‘환빠’라고 부른다. 동북아역사재단은 고대 역사 연구를 안 하느냐”고 질문했고, 박 이사장은 “재야 사학자들 이야기인 것 같은데, 그분들보다는 전문연구자들의 이론과 주장이 훨씬 더 설득력이 있기에 저희는 전문연구자들의 의견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환단고기는 1911년 계연수가 고대부터 전해 내려오고 있다는 △삼성기 상(上) 하(下) △단군세기 △북부여기 △태백일사 등 4권의 한국 상고사를 책으로 묶은 것을 의미한다.

환단고기는 단군 이전에 환인과 환웅이 각각 지배하는 환국과 배달국이라는 국가가 존재했으며 아시아는 물론 유럽에까지 영향력을 미쳤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역사학계는 계연수 이후 60여년 간 드러나지 않은 이유가 불명하고 시대와 맞지 않는 용어, 인용 문헌 출처가 불명한 점 등을 들어 위서라는 것에 대체로 동의하고 있다.

권준영 기자(kjykj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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