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전으로 동서양 경계 타파
美 외식문화, 경험영역 확대
<9> 노부
‘날 것’으로 불렸던 스시가 신선함을 대표하는 고급 요리가 됐다. 퓨전이라는 언어를 통해 전 세계로 일식 문화를 확산시킨 브랜드 ‘노부’(Nobu)의 이야기다.
노부는 1949년생 일본 요리사 마쓰히사 노부유키가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1994년 문을 연 일식 레스토랑이다. 노부는 1호점 개업 전까지 개업과 폐업을 수차례 반복하던 레스토랑이었지만, 지금은 전 세계 30여개 레스토랑과 호텔을 운영하는 글로벌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성장했다.
노부는 1호점 오픈 전부터 이미 동서양 미식의 경계를 깬 레스토랑으로 주목을 받아왔다. 창업자 마쓰히사 노부유키는 노부 창업 이전인 1973년 페루 수도 리마에서 레스토랑을 처음 개업했는데, 일식 조리법에 현지 식재료를 결합하는 퓨전 요리를 시도해 현지 미식가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 현재 노부를 상징하게 된 퓨전 일식의 원형도 이 시기에 만들어졌다.
하지만 노부가 강조하는 고급 재료 중심의 요리 철학은 동업자가 생각한 사업 운영 방식과 맞지 않아 오래 가지 못했다. 노부는 이후 아르헨티나와 알래스카에서도 식당을 열었으나, 이 역시 오래가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
그랬던 노부는 1987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베벌리힐스 레스토랑 거리에 자신의 성 ‘마쓰히사(Matsuhisa)’라는 이름을 딴 레스토랑을 재오픈했다. 이 레스토랑은 현지 최상급 재료에 페루, 아르헨티나, 알래스카 등에서 쓰이는 요리법을 섞어 새로운 스타일의 일식을 선보였다.
노부의 대표 요리인 ‘은대구 사이쿄 된장구이’는 알래스카산 은대구와 일본 교토의 된장 조리법을 결합해 완성한 메뉴다. ‘오징어 파스타 마늘 소스’나 ‘바닷가재 와사비후추’ 역시 국적의 경계를 넘는 조합을 통해 노부만의 메뉴로 자리 잡았다.
이 레스토랑은 여러 할리우드 스타들의 단골 식사 장소로 입소문을 타며 빠르게 명성을 얻었다. 노부가 등장하기 전까지 생선회는 서구권에서 낯선 음식으로 분류됐지만, 노부는 퓨전 요리를 통해 이런 인식을 바꿨다. 패스트푸드 중심의 미국 외식 문화에서 한 끼 식사를 ‘경험의 영역’으로 확장한 셈이다.
이 레스토랑은 또 날생선을 꺼리는 소비자에게 생선회에 뜨거운 올리브유를 끼얹는 ‘뉴스타일 사시미’를 제공하며 진입 장벽을 낮췄다. ‘뉴스타일 사시미’는 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가장 좋아하는 메뉴로 알려지며 브랜드 인지도를 더 끌어올렸다. 이후 1994년 뉴욕 맨해튼 트라이베카에 지금의 이름으로 새 매장을 열며 현재 모습의 브랜드를 완성했다.
노부는 지금도 식사를 종합 미식 경험으로 정의하고 있다. 일식을 세계에 알린 브랜드다.
박순원 기자 ss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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