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준호 부국장 겸 IT바이오부장

미국의 기술 기업 생태계에서 ‘경쟁 제거를 통한 시장 독점’은 기본 경영전략이다. 특화 기술을 개발하거나 틈새 시장을 찾아 경쟁을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경쟁사와 직접 충돌해 망하게 하는 전략을 심심치 않게 쓴다. 만약 경쟁자가 아주 강력하거나 미래성이 뛰어날 경우 큰 돈을 주고 인수한다. 이런 식으로 경쟁 자체를 제거하는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윈도우에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기본 탑재해 넷스케이프를 망하게 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구글은 온라인 광고 시장 경쟁자였던 더블클릭,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 모바일 운영체계(OS) 안드로이드 등을 인수해 현재와 미래의 경쟁을 제거했다. 페이스북(현 메타)이 인스타그램을 인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아마존의 ‘포식자 전략’은 경쟁 제거 행동 중에서도 최고봉에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사업 초기 가격파괴 전략으로 여러 온·오프라인 유통사를 망하게 했다. 2010년엔 유아용품 쇼핑몰 다이아퍼스닷컴을 덤핑으로 압박해 두 손 들게 만든 후 인수해버렸다. 2017년 고급 식료품 오프라인 매장인 홀푸즈를 인수했고 이후엔 약국 스타트업, 헬스케어 기업도 사들이며 미래의 걱정거리를 없앴다.

아마존은 경쟁을 제거하기 위해 대규모 적자를 감수했다. 단기엔 적자가 나더라도 경쟁을 없애 장기적으로 시장 지배자가 되고자 했다. 투자자들도 이익보다는 기업가치 성장에 관심을 두기에 다들 찬성했다. 사람들은 월스트리트가 적자를 용인한 최초의 기업이 아마존이라고 했다.

아마존은 이런 식으로 한 때 전세계 시가총액 1위를 차지한 테크 공룡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그 이면에선 여러 사회적인 부작용도 많이 나타났는데 이를 로비로 틀어막았다. 반독점, 노동, 세제, 환경, 상도의 등에서 발생하는 규제·평판 리스크를 막기 위해 강력한 로비를 전개했다. 2022넌에만 2100만달러(약 270억원)의 로비 비용을 썼다.

아마존 얘기를 장황하게 한 것은 쿠팡의 ‘교과서’가 아마존이기 때문이다. 적자감수 공격경영, 경쟁자 따돌리기, 물류혁신, 가격파괴, 멤버십(아마존프라임·와우멤버십) 운영, 온라인 동영상플랫폼(프라임비디오·쿠팡플레이) 운영 등 쿠팡은 주요 사업 대부분에서 아마존 모델을 따랐다.

로비 역시 마찬가지다. 아마존이 대대적인 로비를 펼친 것처럼 쿠팡도 이를 따라했다. 중대재해 사망사고, 납품업체에 대한 갑질 논란, 택배업계의 반발, 국회와 시민사회의 감시 등을 로비로 해결하려고 들었다. 정치권, 정부, 법조계, 언론 출신 인사를 대거 채용해 거액의 연봉을 주고 대관(對官) 창구로 활용했다. 최근엔 서울 강남역 인근 건물에 간판도 없는 사무실을 만들고, 임원급 대관 인력들을 일하게 한 사실까지 드러났다. 이러니 ‘쿠팡은 테크기업을 표방하는 로비집단’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최근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 또한 사업의 본질에서 벗어난 로비 활동에 집중한 나머지 벌어진 일이라고 본다. 외부의 감시와 규제를 빠져나가는 데 올인하면서도 정작 내부통제에 실패해 이렇게 큰 사고를 쳤다는 것이다. 퇴직자의 서버 접근 권한을 회수 안해 3370만 명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내는 기업에 정치권과 정부, 법조, 언론계 출신 부사장들이 대거 출근한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은 사업 초기 “사람들이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라고 말하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이 목표는 실현됐다. 사고 이후에도 이용자 수가 줄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고, 여론조사에선 쿠팡을 계속 쓰겠다고 대답한 사람이 많다는 결과가 나왔다. 많은 소바자들이 로켓배송과 와우멤버십, 쿠팡플레이에 록인(lock-in)돼 대안없이 빠져나가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이럴수록 당국과 정치권은 쿠팡이 자만하지 못하도록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제재하고 압박해야 한다. “국민에 피해 주면 회사 망한다는 생각 들게 하라”는 이재명 대통령의 주문은 시의적절하다. 무엇보다도 쿠팡은 로비에 투입한 돈과 노력을 소비자와 납품업자의 이익을 위해 쓰기 바란다. 그것이 ‘쿠팡 없이 살 수 없는 세상’을 오래 유지하는 길이다.

맹준호 부국장 겸 IT바이오부장기자 next@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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