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에 환빠논쟁 캐물은 李
“역사는 史料 중심”…“환단고기 문헌 아니냐”
이준석·한동훈·나경원·김은혜 등 릴레이 비판
대통령실 “환단고기 동의나 연구지시는 아냐”
이재명 대통령이 위서(僞書)로 평가받는 ‘환단고기(桓檀古記)’를 정부기관 업무보고에서 역사적 ‘문헌(文獻)’으로 띄우자,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에서 연일 맹폭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대통령 주재 업무보고 이틀 만인 14일 김남준 대변인을 통해 이 대통령의 환단고기 발언 관련 “주장에 동의하거나 이에 대한 연구 및 검토를 지시한 게 아니다”면서도 “벌어지는 논란이 있다면 짚고 넘어가야 하며, 역사를 연구하는 곳은 자신의 입장이 있어야 맞다”고 설명했다. 다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날까지 별도 입장을 내지 않았다.
앞서 이 대통령은 12일 동북아역사재단 업무보고 중 박지향 이사장에게 이른바 ‘환빠 논쟁’을 거론하며 “특별히 관심이 없는 모양이다”면서 “고대 역사 연구를 안 하느냐”고 캐물었다. 박 이사장이 “역사는 사료를 중심으로 한다”고 답하자 이 대통령은 “그럼 환단고기는 문헌이 아닌가”, “증거가 없는 건 역사가 아닌가”라며 논쟁을 다룰 것을 주문했다.
야권에선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13일 “1911년 이전 어떤 사료에도 등장하지 않고, 근대 일본식 한자어가 고대 기록에 나오며, 고고학적 증거와 정면 충돌하는 환단고기가 역사라면 ‘반지의 제왕’도 역사다. 더 심각한 건 대통령의 결론”이라며 “검증된 학문과 유사 역사학이 그저 ‘관점의 차이’인가. 지구평면설과 과학이 ‘입장 차이’란 말같다”고 비판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전 당대표도 13일 유튜브 생방송에 나서며 “이 대통령이 과거 이덕일 작가 등 ‘환단고기는 진서’라고 주장한 분들을 응원하는 메시지를 여러 차례 냈었다”며 “본인이 표현한대로 ‘환빠’일수도 있겠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통령이란 자리는 설익은 자기 취향을 내보이는 자리가 아니다”면서 “대통령답게 좀 더 무게있게 행동하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한 전 대표는 이날 대통령실 입장이 나온 뒤에도 페이스북을 통해 “‘환단고기 사태’는 논란이 아닌 것을 ‘의미있는 논란이 있는 것처럼’ 억지로 만들어 혼란을 일으킨 이 대통령의 무지와 경박함이 문제”라며 “이 대통령 말대로라면 지구평평설, 달착륙(조작) 음모론 같은 것들도 논란이 있으니 국가기관이 의미있게 다뤄줘야하는 게 된다”고 날을 세웠다.
국민의힘 주류 측에서도 나경원 의원이 전날 이 대통령의 업무보고를 비판하며 “철 지난 환단고기 타령까지 늘어놨다. 정통 역사학자를 가르치려 드는 그 용감한 무식함”이라고 쏘아붙였다. 김은혜 의원은 이날 “환단고기는 (단군) 신앙의 영역”이라며 “대통령이 환단고기를 ‘관점의 차이’라는 건 백설공주가 실존인물이라 주장하는 것과 같다”고 빗댔다.
한편 환단고기는 기원전 7000년 전 고대 한민족이 한반도를 넘어 유라시아 대륙 대부분을 지배했단 주장을 담은 서적이다. 1979년 태백교 교주 이유립이 집필하며 ‘1911년 독립운동가 계연수가 저술했다’고 가탁했으나 주류 역사학계는 인용 문헌 출처가 불분명 위서로 판단한 바 있다.
한기호 기자(hkh89@dt.co.kr)실시간 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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