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 보고때 ‘환단고기는 문헌 아니냐’ 진서론 띄운 李대통령
韓 “李 준비된 발언이면 큰 문제…학계 만장일치로 ‘위서’ 판단”
“환단고기, 中동북공정 방어 곤란…안 믿어도 위대한 역사”
이재명 대통령이 정부부처 업무보고 도중 ‘환단고기(桓檀古記)는 문헌이 아니냐, 관심을 가지라’는 취지로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을 다그친 데 대해 한동훈 국민의힘 전 당대표가 “대통령의 얕은 지식 수준과, 파장을 고려하지 않는 경박함”이라고 꼬집었다. 이미 역사학계에서 거짓 판정을 받은 위서(僞書)를 다시 대등한 진실공방의 장에 올려놓으려 했단 것이다.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동훈 전 대표는 13일 밤 자신의 유튜브 생방송에서 “공식 업무보고(12일)에서 이 대통령이 ‘환빠(환단고기 팬덤) 논쟁을 아느냐’고 묻자 동북아역사재단 박지향 이사장이 당황하면서 ‘전문 연구자들의 의견이 설득력있다’고 아주 점잖게 말했다. 문헌 위주로 봐야한다는 대답에 이 대통령은 지지 않고 ‘환단고기는 문헌이 아니냐’는 식의 얘기를 계속 했다. 환단고기가 위서가 아니라 ‘관점의 차이’라면서, 무슨 의미있는 논쟁이 지속되고 있는 것처럼, 환단고기가 진짜 역사책이란 진서(眞書)론을 편드는 것 같은 발언을 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 대통령이 그 발언을 한 것이 미리 준비 한 거라면 앞으로 그런 생각이 정책에서 구현될 테니까 큰 문제여서 오늘 라방(라이브 방송 준말)을 하게 됐다”며 “환단고기는 역사학회에서 거의 만장일치로 누군가 조작한 위서라고 결론난 지 오래인데, 2025년도에 갑자기 대한민국 대통령이 역사업무를 담당하는 동북아재단에 대고 ‘의미있는 논쟁이 계속되고 있고 관점 차이일 뿐이니까 대응하라’고 공개적으로 말한 건 대단히 잘못된 것이다. 이 대통령이 과거에 이덕일 작가 등 ‘환단고기는 진서’라고 주장하는 분들을 응원하는 메시지를 여러 차례 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민주당 진영에서 도종환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같은 분이 그런 주장에 경도된 활동을, 본인은 아니라고 나중에 부인했지만 실제로 했다”며 “그런 걸 보면 이 대통령이 실제로 환단고기가 진서라고 믿는, 본인이 표현한 대로 ‘환빠’일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런데 대통령이란 자리는 설익은 자기 취향을 내보이는 자리가 아니다”면서 “실제로 믿는다면 앞으로 공적 자리에서 그런 말을 꺼내지 말라는 말씀을 드린다. 혹시 안 믿는데도 그렇게 한번 아는 척 하기 위해 가볍게 말을 던진 거라면, 앞으론 대통령답게 좀 더 무게있게 행동하길 바란다”고 비판을 거듭했다.
아울러 “‘논쟁을 대통령이 말할 수도 있는 게 아니냐’ 하면, 이 대통령이 개인적으로 ‘지구 평평론’(지구가 구체 아닌 원반형이란 주장)에 관심이 있으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대놓고 ‘왜 지구평평론 대응 안 하냐, 논쟁도 있는데 관점 차이다’ 이럴 건가”라고 반문했다. “(환단고기는) 우리가 9000년 전 동아시아 말고 전 세계의 주인, 바이칼 호수·시베리아·중국 본토 다 우리 영역이었단 주장으로 가슴이 웅장해지지만 역사는 근거를 갖고 실증해내는 작업”이라고도 했다.
한 전 대표는 “이덕일씨 주장을 따르는 분들은 ‘이걸 배척하는 건 너희가 모두 식민사관이기 때문’이라는데 식민지 끝난 게 언젠데, 말이 안 된다. 우리는 환단고기 같은 것 믿지 않아도 충분히 자랑스럽고 위대한 역사”라고 지적했다. 또 “환단고기 같은 걸 주장하면 중국의 동북공정 역사왜곡을 막는 데 역효과가 난다”, “사실 증산도같은 일부 종교단체에서 경전처럼 따르는 책이기도 하다”, “자기가 얕은 지식인지조차 모를 정도의 얕은 지식은 경도되기 쉽다”고 비판했다.
환단고기 위작 판정 배경으론 “1800년대 후반 (조선이) 개방하면서, 고대에 있을 수 없던 용어가 쓰였다. 평등·철학·자유·산업 등 일본에서 (서구권을 번역해) 만든 개념어”라며 “문체도 당시(고대에) 쓰였을 문체가 아니라 20세기 개화파·민족주의적 논조였어서 이건 그렇게 오래된 책일 수 없단 것”이라면서 “이유립이란 분이 1979년 환단고기를 썼다는데 이분은 1911년 ‘계연수’란 사람이 쓴 책을 다시 썼다지만 책이 남아있지도 않고 검증 자체가 불가하다”고 소개했다.
한기호 기자(hkh89@dt.co.kr)실시간 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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