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중국 수출 허용에 美 의회 반발 확산… “전략적 우위 스스로 허무는 결정”

중국 AI 굴기 과장 논란 속 첨단 칩 수출, 美 기술 패권의 시험대

엔비디아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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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엔비디아의 첨단 인공지능(AI) 반도체 ‘H200’의 중국 수출을 허용하기로 하면서, 미국의 대중(對中) 기술 봉쇄 전략이 중대한 시험대에 올랐다. 미·중 AI 패권 경쟁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평가 속에, 미국 의회에서는 “전략적 자산을 스스로 내주는 결정”이라는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미 하원 미중전략경쟁특별위원회의 존 물레나 위원장은 최근 상무부에 보낸 서한에서 “중국 기업에 최첨단 AI 칩 판매를 허용하는 것은 트럼프 1기 행정부가 구축한 기술적 우위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이 수십 년간 주도해온 반도체·AI 생태계의 핵심 경쟁력을 스스로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다.

이번 결정의 배경에는 엔비디아의 논리가 작용했다. 엔비디아는 중국 화웨이가 자국산 AI 칩 ‘어센드 910C’를 개발하며 수출 통제의 빈틈을 파고들고 있다며, 차라리 중국이 미국산 최첨단 칩에 의존하도록 만드는 것이 미국의 AI 주도권을 유지하는 데 유리하다고 주장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 논리를 받아들여 H200 수출을 허가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의회는 이 전제를 문제 삼고 있다. 물레나 위원장은 화웨이의 910C가 대만 TSMC에서 생산됐다는 점을 들어 “중국의 반도체 자립이 과장됐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미 상무부의 추가 수출 통제 조치로 화웨이는 차세대 910D 칩을 TSMC에서 생산할 수 없게 됐고, 중국 본토 생산으로 전환할 경우 성능 저하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의회 내에서는 중국의 AI 굴기가 여전히 ‘미국 기술 의존형 성장’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최근 중국 대표 AI 기업들이 밀수된 엔비디아 칩에 의존해 모델을 학습하고 있다는 보도도 이런 판단에 힘을 싣고 있다. 이 때문에 민주·공화를 가리지 않고 H200 수출 허용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상원에서는 H200과 차세대 AI 칩 ‘블랙웰’의 중국 수출을 30개월간 금지하는 법안까지 발의됐다. 공화당 내부에서도 우려가 확산되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을 정면으로 비판할 경우 정치적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계산 속에 공개적인 반대는 자제하는 분위기다.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통제는 단순한 산업 정책이 아니라, AI·군사·안보 전반에 걸친 패권 전략의 핵심 축이다. 이번 H200 수출 허용은 단기적으로는 미국 기업의 매출을 늘릴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중국의 AI 학습 능력과 군사적 응용 역량을 키워줄 수 있다는 점에서 ‘양날의 칼’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미·중 AI 패권 경쟁이 기술 봉쇄와 시장 개방 사이에서 갈림길에 선 가운데, H200을 둘러싼 논란은 미국이 앞으로도 ‘통제 강화’ 노선을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관리된 의존’ 전략으로 선회할 것인지를 가늠하는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김광태 기자(ktkim@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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