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항공모함 랴오닝함 항해 경로(통합막료감부 보도자료 캡처=연합뉴스)
중국 항공모함 랴오닝함 항해 경로(통합막료감부 보도자료 캡처=연합뉴스)

중국과 러시아 폭격기가 지난 9일 오키나와 인근을 지나 도쿄 방향으로 이어지는 경로를 따라 비행한 것은 단순한 군사 훈련을 넘어, 미국·일본을 동시에 겨냥한 정치·군사적 압박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 방위성은 “도쿄 타격 능력을 과시하려는 의도가 있었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번 비행은 여러 면에서 이례적이다. 중·러 군용기가 함께 오키나와 본섬과 미야코지마 사이를 통과한 뒤 시코쿠 남쪽 태평양까지 비행한 것은 처음이며, 통상 중국 군용기가 괌 방향으로 빠지던 기존 패턴과도 달랐다. 특히 중국 H-6K 폭격기가 핵미사일 탑재가 가능한 상태로 일본 수도권 방향으로 접근한 점은 상징성이 크다.

■ 대만 유사시 일본 개입 경고

전문가들은 이번 비행의 1차적 배경으로 ‘대만 문제’를 꼽는다. 최근 일본 내에서 대만 유사시 자위대와 미군의 공동 대응 필요성이 공개적으로 거론되자, 중국이 군사적 경고 수위를 끌어올렸다는 것이다. 오키나와와 요코스카는 대만 사태 발생 시 미·일 연합전력의 핵심 거점이다.

중국 입장에선 “대만에 개입할 경우 일본 본토도 안전하지 않다”는 메시지를 군사 행동으로 보여줄 필요가 있었고, 이에 러시아와의 공동 비행이라는 형식을 선택했다는 분석이다.

■ 미·일 동맹에 대한 중·러 공동 대응

중·러 폭격기 비행은 단독 행동이 아닌 ‘연합 시위’였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고, 중국은 인도·태평양 전략을 통해 자신을 압박하는 미·일에 불만을 쌓아왔다.

양국은 이번 공동 비행을 통해 “서로의 전략적 후방을 지원할 수 있다”는 점을 과시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미·일·한 안보 협력에 대한 맞대응 성격이 강하다.

■ 항공모함 랴오닝함과 연계된 입체 압박

폭격기 비행 시점에 중국 항공모함 랴오닝함 선단이 오키나와 섬들을 둘러싸듯 항해한 점도 주목된다. 해상과 공중에서 동시에 압박을 가하는 방식은 일본 방위선 전반을 시험하는 성격을 띤다.

통합막료감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랴오닝함의 함재기 이착륙은 6일간 260회에 달했다. 이는 단순 항해가 아닌 실전 운용 훈련에 가까운 수준이다.

■ 미·일 대응 유도 목적도

중·러의 행동 직후 미·일이 항공모함과 전략폭격기를 동원한 연합훈련에 나선 점을 감안하면, 이번 비행은 의도적으로 대응을 유도한 측면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상대의 반응을 통해 작전 능력과 대응 속도를 점검하려 했다는 것이다.

군 관계자들은 “중국은 일본의 대응 패턴을, 러시아는 미군의 태평양 전력 운용 방식을 동시에 관찰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 긴장 국면의 일상화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일회성 도발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중국은 군사적 압박을 ‘일상화’하는 방식으로 일본과 미국의 경계 피로도를 높이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중·러 폭격기 비행은 대만 문제, 미·일 동맹, 러시아의 대미 대립이라는 세 축이 맞물린 결과로, 동북아 안보 환경이 한층 더 불안정한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김광태 기자(ktkim@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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