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 지연되며 입찰가 유출 가능성"
"공정 입찰 방해·사기적 부정거래"
중국계 PEF 우선협상 선정에 발끈
흥국생명이 국내 최대 부동산 자산운용사인 이지스자산운용(이하 이지스운용) 인수를 위해 배수진을 치고 나섰다. 예상을 깨고 이지스운용 우선협상대상자에 중국계 사모펀드(PEF)인 힐하우스인베스트먼트가 선정되자 '불공정 선정'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급기야 입찰 관련자들을 경찰에 고소했다.
이지스운용이 중국 자본에 넘어갈 가능성이 생기자 국민연금은 위탁 자금 전액 회수를 추진키로 했다. 이지스운용 매각이 안개에 휩싸였다.
흥국생명은 이지스운용 매각과 관련, 최대 주주 손모 씨와 주주 대표 김모 씨, 공동 매각 주간사인 모간스탠리 한국 투자은행(IB) 부문 김모 대표 등 5명을 공정 입찰 방해 및 사기적 부정거래(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경찰청에 고소장을 제출했다고 11일 밝혔다.
흥국생명은 "손씨와 김 대표 등은 소위 '프로그레시브 딜' 방식으로 입찰 가격을 최대한 높이기로 공모했으면서도, 표면적으로는 그런 방식을 진행하지 않는 것처럼 가장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결국 가격 형성 및 경쟁 방법에 있어 지켜져야 할 공정성은 파괴됐고, 흥국생명은 이번 입찰에서 보장받아야 하는 공정한 지위를 박탈당한 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될 정당한 기회를 상실하게 됐다"고 고소 배경을 설명했다.
힐하우스는 본입찰 이후 인수 가격으로 1조1000억원을 수정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본입찰에서는 9000억원대 중반을 제시했으나 프로그레시브 딜을 통해 인수가를 올렸다. 프로그레시브 딜은 본입찰 이후 인수자 간에 추가로 가격을 경쟁시키는 방식이다.
흥국생명은 본입찰에서 약 1조500억원으로 최고가를 제시했다. 한화생명은 본입찰에서 9000억원대 중반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흥국생명은 우선협상대상자 발표가 약 27일간 지연된 과정에서 입찰가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지스운용에는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 각종 공제회 등 국내 주요 기관 자금이 들어가 있다. 중국계 사모펀드가 경영권을 소유할 경우 국내 금융·부동산 정책과 충돌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또한 공공 부동산 관련 민감 정보 역시 중국 자본에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국민연금은 정보 유출을 우려해 이지스자산운용에 대한 위탁 자금 전액 회수를 추진할 예정이다.
한국신용평가는 이지스운용이 힐하우스에 인수될 경우 인수자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사업 기반을 강화할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동시에 사업 안정성이 약화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진단했다.
한신평은 단기적으로 "최대 주주가 변경되더라도 이지스운용의 사업 안정성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장기적으로는 "이지스운용이 우선협상대상자인 힐하우스가 보유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할 경우, 사업 기반 강화의 기회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인수 이후 발생할 수 있는 명성 변화 및 인력 구성 변동 등에 따라 사업 안정성이 약화할 가능성도 존재한다"면서 "우선협상대상자의 인수 금융 조달 구조가 이지스운용의 배당 지급 확대로 이어질 경우 신용도 상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힐하우스는 향후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 심사를 거쳐야 한다. 금융위원회는 심사 과정에 △재무 건전성 △사회적 신용 △자금 조달 방식의 투명성 등을 검토한다. 공적 자금을 위탁받아 운용하는 만큼 까다로운 심의가 예상된다.
한신평은 "자산운용사의 경영권 변동은 대주주 적격성 심사 등에서 금융당국 승인이 필요한 점을 고려할 때 일반적으로 최종 종결 시점까지 불확실성이 높다"면서 "따라서 주주 간 계약 조건,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 심사 및 인수 대금 납입 등 매각 진행 경과를 모니터링하고 주주 변경에 따른 계열의 유사시 지원 가능성을 검토해 최종적으로 신용 등급에 반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정서 기자 emotio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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