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온이 1차 에너지저장장치(ESS) 중앙계약시장에서 고배를 마신 이후 1조원 규모의 2차 입찰을 앞두고 '배수진'을 쳤다. 정식 사업자 선정이 이뤄지기도 전에 ESS용 리튬인산철(LFP) 파우치셀 양산 준비를 끝냈고, 화재 예방·억제 기술도 업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일련의 행보가 "이번만큼은 반드시 수주를 따내겠다"는 SK온의 절박함을 그대로 보여주는 신호로 보고 있다.
11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SK온은 최근 충남 서산공장에서 ESS용 LFP 파우치셀에 대한 양산성 검증을 완료했다. 양산성 검증은 기존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라인을 ESS용 LFP로 전환하기 위한 필수 절차로 실제 라인에서 대량으로 만들어보는 테스트다.
SK온은 이번 양산성 검증 완료에 따라 언제든지 물량만 확정되면 즉시 양산에 돌입할 수 있는 준비를 끝냈다. 현재 서산 공장은 1·2공장을 합쳐 총 7.0GWh 규모의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2차 ESS 중앙계약시장 입찰 물량(3.24GWh)을 위한 충분한 대응 여력을 갖춘 셈이다.
이는 SK온이 1차 입찰경쟁에서 가격 경쟁력과 화재 안전성을 갖춘 LFP를 내세웠음에도 약점으로 작용한 국내 산업·경제 기여도를 정면으로 보완하는 카드다. 선제적인 투자로 2차 입찰 경쟁에서 비가격 점수를 따겠다는 회사의 전략이 담긴 것이다.
업계에서는 SK온의 양산 라인이 대부분 하이니켈 기반인 상황에서 실질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가장 직접적인 조치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또 SK온은 해외에서 확보한 ESS 레퍼런스도 빠르게 확보했다. SK온은 올해 9월 미국 재생에너지 기업 플랫아이언과 1GWh 규모의 ESS 공급 계약을 체결해 내년 하반기부터 납품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미국 조지아주 SK배터리아메리카 공장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라인 일부를 ESS 라인으로 전환하고 있다.
공공 ESS 사업은 안전·신뢰·납기 준수가 매우 중요한데 시장에서 실제 고객이 선택했다는 사실 자체가 품질에 대한 외부 인증이다.
SK온은 플랫아이언 외에도 다수 미국 고객사들과 최대 10GWh 이상 규모의 ESS 공급계약을 논의 중으로, 이 일환으로 미국 내 합작공장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화재·설비 안전성 부문에서는 사전 예방책과 사후 대책을 종합적으로 마련한 패키지로 명예 회복을 노린다는 계획이다. 사전 예방 기술로 '전기화학 임피던스 분광법'(EIS) 기반 배터리 진단 시스템을 탑재했다.
이는 화재 발생 최소 30분 전에 위험 신호를 조기 감지할 수 있으며, 이상 징후가 감지된 모듈만 간편하게 꺼내 교체할 수 있어 편의성이 높다.
사후 조치 기술로는 열 차단 막, 냉각 플레이트 등을 적용한 열확산 방지(TP) 솔루션과 환기 시스템과 폭압 패널 시스템의 이중 안전 매커니즘이 접목된 폭발 방지 솔루션 등을 적용해 안전성을 끌어올렸다.
SK온이 이번 경쟁에 절박함을 드러내는 이유는 분명하다. 1차 사업(8개 지역)에서 단 한 지역도 따내지 못하며 사실상 경쟁구도 밖으로 밀려났기 때문이다. 반면 삼성SDI가 예상을 뒤엎고 전체 물량의 76%(6곳)를 확보했고 LG에너지솔루션은 24%(2곳)를 차지했다.
SK온 관계자는 "안전성과 품질, 생산 준비 등 모든 면에서 철저히 준비하고 있다"며 "긍정적 결과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말했다.
박한나 기자 park27@dt.co.kr
실시간 주요뉴스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