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 ‘반도체법’ 법사위 통과
700조 투자 등 육성전략 제시
지방만 ‘주52시간 예외’ 검토
규제없는 중국에도 추월 우려
반도체 업계의 숙원인 ‘주 52시간 근로시간 예외 적용’을 뺀 ‘반쪽’ 반도체특별법이 1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같은 날 이재명 정부는 ‘반도체 세계 2강’ 도약을 목표로 2047년까지 총 700조원 이상을 투입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반도체 산업 육성 전략을 내놓았다.
미국과 함께 세계 반도체 ‘톱2’를 달성하려면 대만과 중국 등 경쟁국과의 격차를 벌려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연구개발(R&D) 역량에서 주 52시간 규제의 틀에 갇혀있다.
대만은 이미 2017년부터 관련 규제를 이미 풀어놨고, 그 덕분에 24시간 연구실 불이 꺼지지 않고 있다. 중국 반도체 기업들도 주7일 24시간 근무 체제를 바탕으로 반도체 자립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 덕분에 대만 TSMC는 엔비디아를 비롯해 세계 주요 기업들의 AI칩을 위탁생산하며 지난 2분기 기준 시장점유율 70%를 기록 중이다. 2위인 삼성전자(8% 수준)이 따라잡기엔 도저히 역부족이다.
중국 역시 시스템반도체 설계 분야에서 이미 한국을 넘어섰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며,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도 한국을 턱밑 추격하고 있다.
이와 관련,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인공지능(AI) 시대, K-반도체 비전과 육성전략 보고회’에서 2047년까지 총 700조원 이상을 투자해 반도체 생산공장 10기를 신설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육성 전략을 발표했다.
정부는 신경망처리장치(NPU)와 지능형 메모리(PIM) 등 AI 특화 반도체 기술 R&D에 예산을 집중하기로 하고, 취약 분야로 지목 받는 시스템반도체 생태계 강화 정책으로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기업) 산업 규모를 현재의 10배 이상으로 키우겠다는 목표도 내놓았다.
정부는 이 밖에도 광주와 부산, 구미를 잇는 ‘남부권 반도체 혁신벨트’ 구축 계획을 내놓았다.
또 향후 지방 반도체 클러스터 근무 인력에 대한 유연한 노동시간 적용 및 투자 지원금 확대 등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며 ‘주 52시간’ 예외적용의 여지를 남겼다.
그러나 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과 달리, 국회 법사위는 이날 오후 주52시간 예외적용을 뺀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반도체 특별법)을 의결했다. 법이 바뀌지 않는 한 지방 역시 규제를 빠져나가기 쉽지 않다.
여야는 해당 법안에 “근로시간 특례 등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하고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그 대안을 계속 논의한다”는 부대의견을 달긴 했으나, 노동계의 거센 반발을 정부여당이 설득할 지는 미지수다.
이 대통령은 이날 보고회를 들은 뒤 “대한민국은 잠깐의 혼란을 벗어나 새로 도약해야 하는 시기다. 산업경제의 발전이 그 핵심이며, 그중에서도 반도체는 우리나라가 경쟁력을 갖춘 분야”라며 “(반도체 산업 육성으로 커진)파이가 더 많은 사람에게 다양하게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일단은 환영하면서도 정부가 핵심 쟁점인 주 52시간 예외를 비롯해 과감한 규제해소로 기업이 적기에 투자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해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미국, 중국, 일본, 대만 등은 정부와 기업이 힘을 합쳐서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고 있는데, 반도체 최강국을 지향하는 한국 입장에서도 경쟁국을 능가하기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주 52시간 근로시간 예외 적용과 관련해서는 노사 간 평행선이 팽팽해 향후 해석에 따라 논란의 여지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부가 매년 전략적인 목표를 정해 이를 지속해서 점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상현 기자 ishs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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