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조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현대차 노조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산 자동차에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려 했을 때 정부는 그야말로 총력전을 벌였다. 정상 외교는 물론이고 산업부·외교부·기재부가 미국 상무부, 무역대표부(USTR), 백악관, 그리고 의회를 찾아다니며 설득했다. 결국 관세를 15%로 낮추는데 성공했다. 국가 역량을 총동원해 얻어낸 성과였다. 정부가 기를 쓰고 관세 폭탄을 막아낸 것은 미국 시장이 한국 자동차 산업의 절반 이상을 책임지는 핵심 축이기 때문이었다. 만약 이 관세가 현실화됐다면 현대차·기아의 미국 판매는 직격탄을 맞았을 것이고, 이는 국내 생산과 일자리를 강타했을 것이다. 정부가 ‘죽기 살기’로 움직인 데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이렇듯 정부와 국민이 간신히 관세 폭탄을 막아내 자동차 산업의 숨통을 틔워줬는데도, 정작 현대차 노조가 보여주는 행태는 실망스럽다. 현대차 노조 신임 지부장(노조위원장)은 주 35시간제 시범 시행을 내걸었다. 퇴직금 누진제 도입, 임금 피크제 폐지도 공약했다. 현재 주 40시간인 근무 시간을 연구·일반직과 전주공장부터 내년에 주 35시간으로 줄이고, 단계적으로 다른 공장으로 확대하겠다는 게 노조 구상이다. 사실상 연구·일반직은 주 4.5일제를 도입하는 것이고, 기술직(생산직)은 매일 근무 시간을 1시간씩 줄이는 것이다. 신임 지부장이 당선 즉시 이를 위한 전담팀(TFT)을 꾸리겠다고 공언한 만큼, 이 사안은 곧 노사 협상 테이블에 오를 전망이다.

주 35시간 근로는 노조의 숙원일 수는 있다. 그러나 지금 이 시점에서 이를 밀어붙이는 것은 근로환경 개선이 아니라 노조 기득권 확보에 가까운 행위다. 생산 감소는 불가피하고, 인건비와 고정비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결국 그 비용은 회사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고, 시장을 잃으면 일자리도 흔들린다. 글로벌 전기차 전환, 중국의 저가 공세 등으로 자동차 산업 지형이 급변하는데도, ‘내 몫부터 챙기겠다’는 식의 접근은 책임 있는 노조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지금 노조가 해야 할 일은 기득권을 넓히는 것이 아니라, 미래 경쟁력을 위해 어떤 책임을 함께 질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답을 내놓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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