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정부·여당 라인 인사 포진
정부·국회 등 소통창구 역할
과방위, 김범석 등 증인 채택
17일 청문회 답변 ‘이목집중’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둘러싼 국회 청문회가 17일 열리는 가운데 쿠팡의 대관 조직을 이끄는 임원들이 줄줄이 증인석에 소환되면서 정부·국회·권력기관 출신으로 촘촘히 짜인 로비의 실체가 어느 정도까지 드러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두고 “심각한 수준을 넘었다. 그야말로 윤리적 기본의 문제”라고 직격했다. 디지털 사회에서 국민 정보 보호는 플랫폼 기업의 “가장 기본적인 책무”라며 사고 경위를 신속하게 조사하고 법 위반 사항엔 “엄정하게 조치하라”고 지시했다.
경찰은 이미 강제 수사에 들어갔다. 경찰은 쿠팡이 스스로 제출한 자료를 바탕으로 정보 유출자를 찾는 수사를 해 왔지만 쿠팡이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사태의 전모를 밝히는 데 한계가 있다고 보고 강제 수사로 전환했다. 경찰은 확보한 자료를 바탕으로 정보 유출자를 추적하면서 쿠팡의 불법 행위와 과실 여부 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 관심의 초점은 국회로 향하고 있다. 17일 열리는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청문회에는 쿠팡의 대관 라인을 대표하는 임원들이 줄줄이 증인석에 이름을 올렸다.
과방위는 청문회 증인으로 김범석 쿠팡Inc 이사회 의장과 박대준 전 쿠팡 대표, 해롤드 로저스 신임 대표, 강한승 전 대표, 민병기 정책협력실 부사장, 조용우 국회·정부 담당 부사장 등 모두 5명을 채택했다. 특히 대관 임원이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되는 것은 이례적이다.
박 대표는 LG전자 대외협력실과 네이버 정책실을 거친 대관 출신이고, 강 전 대표는 윤석열 전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인 판사 출신이다. 민 부사장은 삼성그룹에서 오랫동안 대관 업무를 맡은 바 있고, 조 부사장 또한 언론사 정치부 출신으로 문재인 정부 청와대 국정기록비서관을 역임하고 조국혁신당에서 당대표 비서실장과 조국 전 국회의원 보좌관을 지냈다.
쿠팡은 최근 몇 년 새 국회 및 정부 기관 퇴직 공무원을 대거 영입하며 대관 조직을 확대해왔다. 국회와 인사혁신처의 퇴직공직자 취업 심사 결과에 따르면 쿠팡과 그 계열사는 올해만 18명의 퇴직공무원을 영입했다. 국회, 경찰, 대통령비서실, 검찰, 공정거래위원회 출신이 주를 이뤘다.
국회사무처 감사관실에 따르면 올해 쿠팡으로 이직하기 위해 취업심사를 받은 4급 보좌관은 계열사 포함 총 9명이다. 취업 심사 공개 의무가 없는 보좌진들까지 포함하면 더 많은 국회 인원이 쿠팡으로 이동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회가 이번 사태를 ‘데이터 보안 사고’가 아니라 ‘권력 로비’까지 포함한 문제로 보겠다는 신호가 엿보인다.
대관 라인업을 살펴보면 쿠팡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권력의 방향에 맞춰 인력을 조정해 온 셈이지만, 결과적으로 현재 쿠팡 대관 조직은 ‘현 정부·여당과 끈이 닿는 인맥’이 주축이 된 셈이다. 국회와 대통령실 위주로 다층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인적 네트워크가 구축됐다는 것이다.
쿠팡이 이처럼 공격적으로 대관 인력을 확충해 온 이유는 여러 악재에 대응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쿠팡은 노동·공정위·입법 등 다양한 분야에서 문제를 안고 있다. 산업재해 등 노동환경 문제부터 시작해 자체 브랜드 밀어주기, 노란봉투법 등 입법 문제, 이번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 대한 책임 등이 그것이다.
쿠팡 입장에서는 이런 다양한 문제에 대한 상시적 리스크 관리 체계가 필요했다. 그 역할을 맡은 것이 바로 지금 청문회 증인으로 줄소환되는 대관 조직이다.
실제 앞서 지난 2일 열린 국회 과방위 현안 질의에서도 쿠팡이 대관 로비를 통해 김 의장의 상임위 출석을 무마시켰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김 의장은 여러 차례 국정감사·청문회 등 출석 요구를 받았지만 “해외 거주” “글로벌 일정”을 이유로 불출석으로 일관해 왔다.
이번 개인정보 유출 사건도 비슷한 패턴을 보일 가능성이 다분했지만 개인정보 유출 규모가 3370만건으로 사실상 대한민국 전체가 피해범주에 들어가면서 이번에는 김 의장까지 도피성 불출석을 반복하기 어려운 국면이 됐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 국정감사, 현안질의 등 국회의 출석 요구에 한 번도 응하지 않았던 김 의장이 이번에는 국회에 나올지도 청문회의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쿠팡은 미국 법인이지만 한국에서 주로 영업해 대부분의 매출을 올린다. 김 의장은 의결권 70%를 보유한 실질적 경영자이지만 한국법인에서 벌어진 이번 사태에서는 뒤로 빠져있는 상황이다. 다만 국민 4명 중 3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초유의 상황에서 김 의장이 이전처럼 특별한 사유 없이 불출석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17일 청문회에서 쟁점은 크게 △개인정보 유출의 원인과 책임 구조 △보안 시스템·내부 관리 문제 △사고 대처 과정과 보고 체계 등 세 가지로 좁혀질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정치권과 연결된 인물들이 어떻게 쿠팡의 방패막이로 활용됐는지가 드러나면 기업 대관 구조 전반에 대한 문제제기로 번질 여지도 있다.
안소현 기자 ashright@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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