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퇴직 연금 시장이 ‘계약형’을 기반으로 완전히 정착된 상황인만큼, ‘기금형’ 민간 퇴직 연금 도입은 가입자 이익과 시장 효율성 관점에서 보다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10일 기금형 퇴직연금제도 도입의 적절성을 진단하고 국내 현실에 적합한 운용 방식을 모색하는 정책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동근 경총 상근부회장은 개회사에서 “퇴직연금의 적립금 규모가 400조원을 넘어선 만큼, 이제는 노후 대비 수단으로서 한 단계 도약할 시점”이라며 “기금형을 도입한다면 가입자 이익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면서도 시장 효율성 관점에서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운용 모델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간 퇴직 연금 시장에서 ‘계약형’은 기업이 금융회사와 직접 계약해 적립금이 운용되는 방식이다. 반면 기금형은 노사가 조성한 기금을 수탁법인이 대신 운용한다. 계약형에서는 가입자가 적립금 운용을 지시하지만, 기금형에서는 수탁법인이 정한 특정 포트폴리오에 적립금이 편입·운용된다는 차이가 있다.
이에 세미나에서 전문가들은 국내 현실에 맞춘 다양한 기금형 모델을 제안했다. 발제를 맡은 성주호 경희대 교수는 인적·물적 요건을 갖춘 금융기관이 수탁법인 업무를 대행하는 ‘금융기관 기금형’을 제시했다. 사각지대에 있는 중소·영세기업은 가칭 ‘중소기업퇴직연금공단’을 설립해 정부가 지속적·체계적으로 재정을 해야 한다고 했다.
또 기금형 도입 논의가 과도하게 수익률 개선 쪽으로 매몰되어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민기 은행연합회 WM실장은 “기금형 제도 자체가 높은 수익률을 보장하지는 않으며, 오히려 인프라 구축 및 관리에 투입되는 비용이 수익률을 저하시킬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양희 생명보험협회 상품지원부장은 “퇴직급여가 갖는 후불임금 성격을 고려할 때 운용 손실 발생 시 이해관계자 간 심각한 갈등을 초래할 수 있는 만큼, 제도 도입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영태 경총 고용·사회정책본부장은 집합운용 방식을 취하면서도 기존 퇴직연금사업자들의 ‘업력’을 동시 활용할 수 있는 기금형 모델로 ‘민간 영리형’을 현실적인 대안으로 꼽았다. 임 본부장은 “정부의 인·허가를 받은 전문자산운용기관이 기금을 운용하는 ‘민간 영리형’ 모델은 운용 전문성 및 독립성 확보, 금융당국의 상시 관리·감독 가능, 사회적 비용 최소화에 유리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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