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안건협상 결렬후 가맹사업법 개정안부터 필리버스터…첫 타자 나경원

“인사 안 하시냐” “의제 안 발언하라” 우원식 의장 줄견제, 마이크 꺼버려

2시간여 정회, 국힘 집단항의 후 속개…제1야당과 의장실 국회법 해석 대치

의제 압박·반발로 여야 충돌, 늦어도 자정이면 본회의 자동 종료·산회 수순

올해 정기국회 마지막날인 9일 여야는 국회 본회의 안건 협상이 결렬된 뒤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일정 방해, 무제한 토론) 초강경 대치를 벌였다.

더불어민주당 출신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첫 주자인 나경원 의원의 발언 도중 ‘의제를 벗어났다’는 판단을 내세워 마이크를 끄고, 본회의 정회를 선포했다가 속개하기도 했다. 1964년 4월 20일 이효상 당시 국회의장이 김대중 의원(고 김대중 전 대통령·DJ)의 필리버스터 도중 마이크를 꺼 버린 이후 61년 만이다.

9일 국회 본회의에서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해 무제한 토론을 하는 도중 우원식 국회의장이 의제와 관련 없는 토론을 한다며 마이크를 꺼버리자 나 의원이 항의하고 있다.<연합뉴스 사진>
9일 국회 본회의에서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해 무제한 토론을 하는 도중 우원식 국회의장이 의제와 관련 없는 토론을 한다며 마이크를 꺼버리자 나 의원이 항의하고 있다.<연합뉴스 사진>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고 국가보증동의안 3건과 함께 법안 59건을 처리할 계획이었지만, 여야 협상 결렬로 국민의힘은 59건의 법안 전부 필리버스터를 신청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에 이른바 ‘사법파괴 5대 악법, 국민 입틀막 3대 악법’ 연내 강행처리 철회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비쟁점안 전부 필리버스터를 선택했다.

8대 법안엔 필리버스터를 중단시키기 쉽도록 만드는 국회법 개정안이 포함돼 야당의 반발 수위는 더욱 높아진 상황이다. 첫 안건으로 민주당 주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거쳐 ‘가맹사업거래의공정화에관한법률’ 일부개정안이 본회의에 상정된 직후 나 의원이 필리버스터를 시작했다. 나 의원은 등장부터 우 의장과 충돌했다.

단상에 오르기 전 인사를 생략한 나 의원에게 우 의장은 “인사 안 하느냐”고 물었고, 나 의원은 “조금 이따가 말하겠다”고 대꾸했다. 우 의장은 “인사 안하는 건 자유인데 인사 안하고 올라오는 사람의 인격에 관한 문제”라고 비꼬았다. 나 의원이 거대여당의 국회의장과 법제사법위원장 독식을 비판하자 우 의장은 발언을 끊고 나섰다.

우 의장은 “의제 안에서 발언해달라”, “5분 후에는 의제로 돌아오라”고 발언을 견제하다가 “계속 회의 진행을 방해하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 발언권을 줄 수 없다. 이건 의사진행을 방해하려고 온 것”이라며 마이크를 꺼버렸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우원식 독재”, “우원식(우원식 + 추미애”라며 거칠게 항의하다 연단에서 맞부딪혔다.

이후 나 의원이 의제에 관해 토론하겠다고 하자 우 의장은 다시 마이크를 켰지만 오래 가지 않았다. 우 의장은 “이런 국회의 모습을 보이는 게 너무나 창피해서 더 이상 회의를 진행할 수 없다”며 오후 6시19분 정회를 선포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송언석 원내대표 등과 의원 20여명은 본회의가 정회된 후 의장실로 찾아가 항의했다.

9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해 무제한 토론을 하던 도중 우원식 국회의장이 나 의원 토론이 의제와 관련 없다고 마이크를 꺼버리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항의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나 의원의 토론에 대해 항의하고 있다.<연합뉴스 사진>
9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해 무제한 토론을 하던 도중 우원식 국회의장이 나 의원 토론이 의제와 관련 없다고 마이크를 꺼버리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항의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나 의원의 토론에 대해 항의하고 있다.<연합뉴스 사진>

국민의힘 법률자문위원장인 곽규택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어 “대한민국 국회 역사상 처음으로 의장이 의원의 발언을 방해하고 마이크를 꺼버리는 있을 수 없는 사태가 발생했다”며 독단, 폭거라고 밝혔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회법을 정면 위반한 사태”라며 “필리버스터 무력화에 대해 의장의 사과를 요구한다”고 입장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원내대표실은 “2016년 제340회(임시회) 제7차 국회본회의 무제한토론 당시 이석현 국회부의장은 민주당 김경협 의원의 의제 외 발언 관련, ‘어떤것이 의제 내이고 어떤 것이 의제 외인지 구체적으로 식별하는 규칙이나 법 조항은 없다’, ‘의제와 간접적인 관련성을 갖는 부분까지도 확대해서 생각을 해야 된다’라고 하며, 1964년 김대중 의원의 필리버스터 사례 등을 소개하면서 발언을 허용한 선례가 있다”고 배포하기도 했다.

우 의장은 오후 8시31분쯤 본회의장에 복귀해 회의를 속개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연단으로 나와 우 의장에게 필리버스터 정회 사과를 요구하며 대치했다. 나 의원이 토론을 재개한 뒤에도 우 의장은 “의제 안에서 발언하라”고 견제를 거듭했다. 나 의원은 우 의장의 의사진행과 국회법 해석, 중립의무 등을 놓고 대치하며 발언을 이어갔다.

여야 대치는 늦어도 자정(10일 0시) 정기국회 종료와 함께 일단락될 전망이다. 이 가운데 국회의장실은 야당에 반박하는 입장문을 배포해 나 의원이 국회법 102조 ‘의제 외 발언의 금지’ 일반 규정을 어겼단 취지로 설명했다. 또 나 의원이 회의 도중 착용한 무선 마이크를 국회법 148조 ‘회의 진행 방해 물건 등의 반입금지’ 위반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의장실은 또 “국회의장은 본회의 질서 유지 의무를 갖는다”며 국회법 145조에 따라 무제한토론 중의 정회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다만 나 의원은 질서유지권을 넘어선 직권남용이라며 반발했고, 송 원내대표가 “무제한토론은 시간만 무제한이 아니라 내용도 제한이 없다”며 “필리버스터 규정은 별도 규정이 있어 국회법에서 ‘다른 규정에 불구하고’라고 돼 있다”고 반박에 나선 상황이다.

한기호 기자(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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