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한국금융학회와 공동 정책 심포지엄 개최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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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와 부동산에 쏠린 신용 흐름을 기업 중심으로 전환해야 성장잠재력을 되살릴 수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장기화된 신용 편중과 중소기업 지원제도의 선별 기능 약화, 벤처투자의 인내자본 부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경제의 성장 기반이 약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과 한국금융학회는 9일 ‘잠재성장률 제고를 위한 금융의 역할’ 정책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성장잠재력을 높이기 위한 금융의 방향과 정책과제를 논의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국내 장기 성장률을 높이기 위해 신용이 가계보다 기업 중심으로 흐르도록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은이 43개국 자료를 분석한 결과 민간신용의 총량이 동일하더라도 기업 부문에 배분되는 비중이 높을수록 장기 성장률이 뚜렷하게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신용을 GDP 대비 10%포인트(p) 줄이고 기업으로 전환할 경우 성장률이 연평균 0.2%p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도 제시됐다.

황인도 한은 금융통화연구실장은 이와 관련해 “민간신용 규모가 같더라도 기업 부문에 더 많이 배분될수록 장기 성장률이 뚜렷하게 개선된다”고 설명했다.

중소기업 지원체계가 생산성 제고에 충분히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최기산 한은 부연구위원은 “정책지원은 매출·고용 확대 등 생존 안정에는 효과가 있지만 생산성과 설비투자에는 오히려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규모 중심의 보편적 지원 방식이 유망 중소기업을 선별하는 기능을 약화시키고 중견기업 전환 시 규제·지원 환경이 급변하면서 피터팬 증후군을 유발한다는 설명이다.

장기 모험자본 기반이 취약한 벤처투자 생태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진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벤처투자는 규모는 커졌지만 기업공개(IPO) 중심의 회수구조와 짧은 펀드 만기 등으로 딥테크 기업을 오래 지원하기 어렵다”며 “연기금·법정기금 등 장기 자본의 역할을 확대하고 중간 회수시장을 고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발표자들은 금융이 성장·혁신 부문을 가려내는 선별 기능을 강화할 때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금융기관의 대출 인센티브 조정, 생산성과 혁신역량을 반영한 선별 기준 보완, 장기 모험자본 기반 확충 등 정책적 조치의 필요성도 제시됐다.

김 연구위원은 “인내자본은 단기 성과에 좌우되지 않고 고위험·장기 혁신 프로젝트를 안정적으로 지원함으로써 기술 주권 확보와 잠재성장률 제고를 위한 필수 인프라”라며 “세컨더리 펀드와 비상장주식 거래 플랫폼 등 중간 회수시장을 고도화해 장기투자자의 조기 회수 선택지를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

유진아 기자(gnyu4@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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