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남자친구가 떠난 오스트리아 산 정상에서 탈진과 저체온증으로 숨진 채 발견된 케르스틴 구르트너. [구르트너 홈페이지 캡처]
지난 1월 남자친구가 떠난 오스트리아 산 정상에서 탈진과 저체온증으로 숨진 채 발견된 케르스틴 구르트너. [구르트너 홈페이지 캡처]

남자친구와 함께 오른 산 정상에서 영하 20도의 추위 속에 홀로 남겨진 여성이 탈진과 저체온증으로 얼어죽은 채 발견됐다. 구조가 필요한 여자친구를 방치한 채 산을 내려온 남성은 재판에 넘겨졌다.

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전문 산악인 토마스 플램버거(36)는 지난 1월 등산 초보인 여자친구 케르스틴 구르트너(33)와 함께 오스트리아 최고봉 그로스글로크너 산에 올랐다.

그로스글로크너 산은 알프스산맥을 이루는 산맥 중 하나인 호헤타우에른산맥에 위치하고 있으며, 높이는 3798m다.

남자 친구와 함께 산에 올랐지만 구르트너는 산 정상에서 50m도 채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홀로 숨진 채 발견됐다. 플램버거가 저체온증에 시달리며 기진맥진한 구르트너를 그대로 방치한 채 홀로 하산했기 때문이다.

지역 매체인 호이테에 따르면 검찰은 “오후 6시쯤 산을 오르기 시작한 두 사람은 오후 8시 50분부터 사실상 고립돼 구조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플램버거는 오후 10시50분쯤 근처를 비행하던 경찰 헬기를 보고도 구조 신호를 보내지 않았다”고 밝혔다.

실종 신고가 접수된 것은 다음날 새벽 3시30분이었다. 구조 당국이 오전 7시쯤 구조 헬기로 구조에 나서려고 했지만, 강풍으로 인해 구조 헬기 출동이 지연됐다. 결국 10시가 다된 시간에 구조대가 산에 올랐지만, 그들이 도착했을 때 구르트너는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과실치사로 플램버거를 기소한 인스브루크 검찰청은 “피고인은 여자친구와 달리 고산 등반 경험이 풍부했고 이번 산행을 준비했기 때문에 산행의 가이드로서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플램버거는 혐의를 부인하며 “도움을 요청하러 갔다. 이 사건은 비극적인 사고일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검찰은 “당시 산의 기온은 영하 8도이고 시속 72km의 바람이 불고 있어 체감온도가 영하 20도에 가까웠을 것”이라며 “겨울 고산 등반을 해본 경험이 없는 구르트너가 산에 오르지 말았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구르트너는 체온을 유지해 줄 비상 야영 장비를 가지고 있지 않았고, 산악 지형에 적합하지 않은 부드러운 스노보드 부츠를 신고 있었다”며 “플램버거는 얼음산에 여자친구를 놔두고 떠나면서도 강풍을 막을 비상 담요도 덮어주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한편, 플램버거가 유죄 판결을 받게 되면 최대 3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그의 재판은 내년 2월에 열릴 예정이다.

여자친구인 구르트너를 영하 20도의 산 정상에 놔두고 하산해 숨지게 만든 토마스 플램버거. [플램버거 SNS 캡처]
여자친구인 구르트너를 영하 20도의 산 정상에 놔두고 하산해 숨지게 만든 토마스 플램버거. [플램버거 SNS 캡처]
박양수 기자(ys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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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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