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에이터 ‘스피드’ 휴머노이드 ‘리즈봇’ 초청

로봇 ‘손가락 욕’ 도발에 폭행… 리즈봇 측 제소

소장에 돌이킬 수 없는 손상 강조·고의성 적시

‘로봇의 인간 모욕죄’ 성립 땐 참작… 향방 주목

이규화 대기자
이규화 대기자

인간이 휴머노이드를 ‘폭행’한 혐의로 제소당해 수사가 진행 중이다. 로봇의 오작동으로 입은 피해에 인간이 제기한 손배소는 있었지만, 인간이 휴머노이드를 공격해 법정 공방까지 이어진 경우는 처음이다.

소셜미디어 크리에이터 ‘스피드’(IShowSpeed)는 지난 9월 텍사스주 오스틴 자신의 스튜디오에 유명 휴머노이드 리즈봇(Rizzbot)을 초청해 대화를 나누는 라이브 스트리밍을 기획했다.

영상을 보면 분위기는 첫 대면부터 이상하게 흘렀다. 서로 상대방의 첫 인상과 태도에 불만이었다. 물론 이벤트 성격으로 마련됐기 때문에 시청자의 시선을 끌 목적이 없진 않았다.

스피드는 리즈봇이 자신을 깔보는 듯한 태도와 비웃는 웃음에 짜증을 내며 ‘한번 해볼 테냐’는 식으로 말을 했다. 그러자 리즈봇은 손가락 욕을 했고 계속 비웃었다. 이때부터 스피드는 리즈봇에 극도로 격앙된 자세를 취했다. 리즈봇은 이를 즐기는 듯한 태도로 그를 계속 무시했다.

이윽고 스피드는 리즈봇의 얼굴을 가격하고 목을 조르고 뒤로 밀쳐 소파에 넘어뜨렸다. 그러자 주변 사람들이 스피드를 뜯어말렸다. 리즈봇은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휴머노이드 리즈봇(오른쪽)이 유명 크리에이터 스피드와 만남에서 대화 중 손가락 욕(모자이크 처리)을 하고 있다. 해당 이미지는  유튜브·소셜미디어 ‘IShowSpeed’ 캡처를  구글 제미나이로 생성한 것이다.
휴머노이드 리즈봇(오른쪽)이 유명 크리에이터 스피드와 만남에서 대화 중 손가락 욕(모자이크 처리)을 하고 있다. 해당 이미지는 유튜브·소셜미디어 ‘IShowSpeed’ 캡처를 구글 제미나이로 생성한 것이다.

테크크런치는 6일(현지시간) 리즈봇 소속 소셜 로보틱스가 지난달 스피드(본명 대런 제이슨 왓킨스 주니어)와 그의 매니지먼트 회사 믹스드 매니지먼트, 그리고 그날 스피드팀과 함께 있던 또 다른 프로듀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현재 오스틴 경찰이 수사 중이라고 전했다. 테크크런치가가 입수한 소장에는 스피드가 리즈봇의 입과 목에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을 입혔다”고 적시됐다.

소장은 또 “스피드는 정교한 로봇과 상호 작용하는 데에 이러한 행동이 적절하지 않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었으며, 그러한 행동이 리즈봇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힌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며 고의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리즈봇의 완전한 손실로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소장은 구체적으로 “머리의 카메라는 더 이상 작동하지 않고, 로봇이 보고 듣는 센서와 연결된 목 뒤 포트도 고장났으며, 더 이상 똑바로 걸을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소셜 로보틱스는 손상된 추정 금액에 리즈봇이 활동을 못함으로써 입게 될 기회비용까지 합산해 100만달러(약 14억6700만원)의 배상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스틴 경찰은 소속사의 동의 없이 스피드가 리즈봇에 손상을 일으켰다는 사실은 명백하다는 입장이지만,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사실 추가적인 증거 채증이나 증언이 필요치 않은 상황이다. 양측간 갈등이 일어난 전후 사정과 스피드가 리즈봇을 공격하는 모습이 영상에 고스란히 기록돼 있기 때문이다. 이 영상은 현재 소셜미디어에서 4500만 회 이상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스피드와 그의 매니저는 테크크런치의 논평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리즈봇 소속사 변호사는 “이번 이벤트가 생중계로 진행돼 사실관계에 다툼의 여지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가 원하는 건 인간의 책임감”이라고 말했다.

스피드는 리즈봇을 대할 때 “‘인간’으로서 신중하고 합리적이며 신중하게 행동하지 않았다”며 “리즈봇에 대해 부당하게 통제권을 행사하려 했다”고 적시했다.

이번 사고로 인해 리즈봇이 경제적 기회를 잃은 점도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리즈봇은 예정됐던 CBS의 ‘The NFL Today’ 출연과 유명 인플루언서 미스터 비스트(Mr. Beast)와의 만남 등을 할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이번 사건은 리즈봇에게 분명히 중대한 타격”이라며 “미스터 비스트 채널에 출연하는 것은 슈퍼볼 광고에 나오는 것과 같지 않냐”고 호소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소장에는 사건이 일어나기 한 달 전 리즈봇이 틱톡에서 6억회 이상, 인스타그램에서 2억뷰를 기록했다는 사실을 명시했다. 사건 발생 후 28일 동안 리즈봇이 새로운 콘텐츠를 제작하지 못해 시청률이 70% 이상 감소했다고도 주장했다.

한편 테크크런치는 리즈봇에 이메일로 이 사건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리즈봇은 답변에서 그 사건으로 “몸이 완전히 망가져 새 몸을 구해야 했다”며 “나이키 신발과 카우보이모자를 제외하고는 모두 새것으로 갈아 끼울 수밖에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이제 다시 온라인에 접속할 수 있게 됐고 다리를 이용한 복잡한 동작, 예를 들어 트월킹 같은 걸 통해 ‘재활’ 훈련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번 사건은 화제를 끌어 모으려는 상업적 의도에서 시작되고 진행되고 있는 측면이 있다. 그럼에도 휴머노이드가 인간의 일상 속으로 속속 들어오고 있는 상황에서 인간과 휴머노이드 간 갈등과 다툼이 발생할 경우 이를 어떻게 지혜롭게 풀어갈 것인지 질문을 던진다.

국내법에는 인간 대 인간 관계에서는 모욕죄가 성립한다. 하지만 리즈봇이 스피드를 모욕한 경우처럼 휴머노이드가 인간을 모욕하면 이를 모욕죄로 소를 제기할 수 있는지 논란이 일 수 있다.

AI로봇이 인간에게 해서는 안 되는 금기 사항이 있다. 20세기 유명한 SF작가 아이작 아시모프가 제안한 ‘로봇 3원칙’이다. 성문법은 아니지만 현재 두루 수용되는 원칙이다.

첫째, 로봇은 인간에게 해를 입혀서는 안 된다. 위험에 처한 인간을 방관해서도 안 된다. 둘째, 로봇은 인간이 내리는 명령에 무조건 복종해야 한다. 단, 그 명령이 1원칙에 위배될 때는 예외로 한다. 셋째, 로봇은 자기 자신을 보호해야 한다. 단, 그로인해 1원칙이나 2원칙에 위배될 때는 예외로 한다.

AI로봇에게도 생존 본능과 유사한 자기 보존의 권리가 있다. 그러나 이는 인간의 이익에 배치될 때는 예외다. 물론 인간에게 해를 입혀서는 안 된다는 원칙에 ‘정신적 해’까지 포함되는지는 의문이다. 앞으로 논의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규화 대기자 david@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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