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맞아 고강도 구조조정 봇물
AX·입법화 앞두고 선제대응 포석
전문가 “기업·근로자 상생도 필요”
연말을 맞아 산업계와 금융권 전반에서 희망퇴직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희망퇴직은 그동안 ‘젊은 피’ 수혈과 비용 절감을 위한 연례행사였으나 올해는 그 강도가 유독 강해졌다. 규모도 커졌고 속도도 한층 빨라졌다. 특히 올해는 인공지능 대전환(AX), 정년 연장 입법화 논의가 맞물리면서 기업들이 선제적으로 인력 정리의 폭을 넓히고 있다.
8일 석유화학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중국발 과잉 공급 충격을 고스란히 받은 석유화학 사업부뿐 아니라 첨단소재 부문까지 희망퇴직을 진행 중이다. 대상은 사무직과 생산직을 가리지 않고 1970년생(55세)까지 확대됐다. 위로금은 최대 50개월치 급여가 지급되며, 정년이 3년 미만으로 남은 직원에게는 남은 개월 수를 보전하는 방식이 적용된다.
다른 기업들의 희망퇴직 행렬도 이어지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5년 만에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대상자는 15년 이상 근무한 직원 또는 만 45세 이상 경력 입사자로 아모레퍼시픽홀딩스를 비롯해 아모레퍼시픽, 이니스프리, 에뛰드, 아모스프로페셔널, 오설록, 에스쁘아 등 주요 브랜드 전반에 걸친다.
편의점 GS25와 홈쇼핑 GS숍을 운영하는 GS리테일도 근속 20년 이상인 40대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시행했다. GS리테일은 최근 만 46세 이상·근속 20년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절차를 밟고 있다. 현대·신라 면세점, SK텔레콤 등 다른 기업들도 유사한 방식으로 희망퇴직에 나서고 있다.
금융권에서 희망퇴직은 사실상 연례행사로 자리 잡았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가운데 농협이 지난달 가장 먼저 희망퇴직 접수를 시작했다. 대상 연령은 40~56세로 크게 낮아졌다. 다른 은행들도 내년 1월까지 순차적으로 노사 협의를 거쳐 희망퇴직 신청을 받을 예정이다. 신한은행은 올해초 1986년생(30대 후반)까지 희망퇴직 대상을 확대했다. iM뱅크도 9일까지 1969~1970년생 직원 약 100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고물가·고금리·경기 침체의 ‘3중고’가 장기화한 데다 디지털·AX로 기업들의 조직 구조가 빠르게 슬림화하는 흐름이 희망퇴직 확산을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내년부터 65세 정년 연장을 둘러싼 입법 작업이 본격화하면서, 기업들은 인력 비용 구조를 미리 정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은행권의 경우 30대도 희망퇴직 대상자에 포함되는 등 연령대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정년 연장 입법을 앞두고 기업과 금융권은 장기 인건비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인력 구조 재편을 서두르고 있다”면서 “전 산업에서 AX가 빨라지며 인력 대체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구조조정 규모는 앞으로 더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고액 연봉자가 퇴직하면 젊은 인력 채용이 가능해지는 장점도 있다”며 “기업들은 희망퇴직과 신규 채용의 균형점을 찾고, 시장 환경 속에서 기업과 근로자가 함께 상생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주형연·박한나 기자 jh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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