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말 17개은행 CET1 13.59%… 전분기比 0.03%p↓
은행권 RWA 확대도 우려… 당국 "고환율 리스크 예의주시"
원·달러 환율이 1500원 고지를 눈앞에 두고 고공행진을 지속하자 은행권 전반에 건전성 악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환율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기업들의 외화 차입 부담이 늘어나 부실 위험이 높아질 뿐 아니라, 은행의 위험가중자산(RWA) 증가로 자본비율 관리에도 부담이 한층 가중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9월말 국내은행(은행지주 8개·비지주은행 9개)의 보통주자본비율(CET1)은 13.59%로 전분기(13.62%) 대비 0.03%포인트(p) 하락했다. 기본자본비율은 14.84%로 0.09%p, 총자본비율은 15.87%로 0.14%p 떨어졌다.
단순기본자본비율도 6.85%로 0.01%p 낮아졌다. 금감원은 국내은행의 자본비율이 전분기말 대비 떨어졌지만 모든 은행의 자본비율이 양호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통상적으로 환율이 10원 오를 때마다 CET1 비율이 0.01~0.03%p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면서, 4분기 상승 폭을 적용하면 은행별로 약 0.2%p의 하락 압력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환율이 높은 변동성을 보이면 외화 노출도가 큰 기업을 중심으로 대출 건전성 관리 필요성도 대두되고 있다. 특히 해외 조달 비중이 높은 중견기업과 수출입 기업은 차입 원리금 부담이 증가해 연체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환율상승은 비이자이익에서 환평가손실이 반영되는 것뿐만 아니라 CET1 하락요인으로 작용해 CET1을 기준으로 설정하는 주주환원율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상반기 대비 높아진 환율에 금융지주들의 3분기 CET1 하락이 불가피해 보인다. 환율 급등은 은행업종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고환율은 은행의 RWA 증가 요인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 외화대출 및 해외투자 자산은 환산 과정에서 원화 가치 하락 시 장부상 규모가 커지기에 이에 따라 산정되는 RWA도 확대된다. RWA가 늘어나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본비율이 떨어지게 되고, 은행은 이를 방어하기 위해 신규 대출을 조정하거나 추가 자본 확충에 나서야 한다.
특히 은행들은 이미 금리 상승기에 따른 가계·기업부문 연체율 상승을 관리하고 있는 상황이라, RWA 확대 요인은 이중 부담이 되고 있다. 은행이 규제 대응 차원에서 자본비율 관리에 집중하게 되면, 대출 공급 축소 혹은 심사 강화로 이어져 실물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금융당국 역시 고환율 리스크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당국 관계자는 "환율 변동성이 금융권 건전성 지표에 미치는 영향을 모니터링 중"이라며 "은행권과 함께 스트레스 테스트 및 외화 유동성 점검을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환율이 안정화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은행권의 위험 노출이 더 확대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내년에도 고환율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면서 글로벌 금리 차, 지정학적 리스크, 해외 자금 흐름 등 구조적 요인이 뚜렷하게 완화되지 않는 한 환율 압력은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라 전망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고환율을 막으려면 금리를 올릴 필요가 있지만 부채 부담 때문에 올리기 어렵다. 그 결과 외화 유입이 줄어 고환율이 다시 나타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며 "기업 규제를 없애고 외국 자금이 한국에 투자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환율이 안정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형연 기자 jh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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