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협 조사서 43.6% ‘미정’·15% ‘없다’
내년 부정적 경제 전망에 투자 ‘동결·보류’
"대외 불확실성 해소·구매력 확충 정책 필요"
국내 주요 기업 10곳 중 6곳 이상이 아직까지 투자계획을 세우지 못했거나 아예 투자를 포기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코스피지수 4000포인트를 한때 돌파하는 등 경기회복에 대한 투자자들의 높은 기대감과는 상반된 분위기다.
사실 이 같은 설문 결과는 여러 지표에서 이미 예견됐다고 볼 수 있다. 반도체와 방산 등 일부 업체에 집중된 주가 상승, 마찬가지로 전체 수출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반도체 의존도 등을 보면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전문가들은 대외 불확실성 지속과 부동산 규제에 따른 건설경기 침체 등으로 인해 한국 경제가 아직까지 고성장의 동력을 찾진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 수출 시장·공급망 다변화, 본질적 구매력 확충 등의 노력이 없으면 당분간 저성장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평가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지난달 19∼24일 시장조사업체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국내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을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 110곳 중 43.6%는 '내년도 투자계획을 아직 수립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투자 계획이 없다'는 응답은 15.5%였다.
투자계획을 세운 기업 가운데 내년 투자 규모가 올해와 비슷하게 유지될 것이라고 응답한 기업은 53.4%였다. 올해보다 규모를 축소할 것이라는 응답은 33.3%였다.
확대할 것이라는 응답은 13.3%에 머물렀다. 최근 국내 주요 기업들이 이재명 정부의 '인공지능(AI) 3강' 계획에 호응해 투자 확대 계획을 내놓은 것과는 사뭇 다른 톤이다.
투자 규모를 줄이거나 투자계획이 없는 기업들은 그 이유로 부정적인 내년 국내외 경제전망(26.9%), 고환율과 원자재가 상승 리스크(19.4%), 내수시장 위축(17.2%) 등을 들었다.
기업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내년 경제전망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이 여전히 더 크게 작용하고 있어서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현대경제연구원은 이날 공개한 '경제 동향과 경기 판단' 보고서에서 "향후 경기 추세가 비관적 시나리오 경로인 더블딥(Double-dip·이중 침체)까지는 아니더라도, 매우 느린 회복세의 스우시형(나이키 로고와 같은 U자·L자의 중간 형태) 저속 경로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설비투자는 수출 경기 의존성이 커 방향을 예측하기 어렵고, 건설투자는 정부의 부동산 시장 규제 강화, 공사비 상승, 수도권 용지 공급 제약 등으로 빠른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결론적으로 한국 경제가 바닥을 찍고 올라가긴 하겠지만, 여전한 대외 불확실성에 건설경기 침체 등 내부적 요인까지 더해지면서 성장동력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게 연구원의 분석이다.
연구원은 또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기조의 종결, 소비심리를 따라가지 못하는 가계 구매력 등도 이유로 꼽았다. 연구원은 "국내 시장 금리가 이를 선반영해 하방 경직성이 나타나면서 소비·투자의 실물 경기 회복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한 답은 결국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을 키우는 것 밖에 없다는 게 연구원의 결론이다.
연구원은 "현 1% 내외의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 수준(2%)에 빠르게 도달하려면 2차 관세 전쟁 가능성에 대비해 수출 시장 다변화와 안정된 공급망을 구축하고, 본질적 구매력 확충 노력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임재섭 기자 yj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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