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새 휘발유 6.38%·경유 12.18%↑
러·우 정전협상 지연에 국제유가 꿈틀
환율에 국제유가 상승세까지 더해지면서 석유류 발(發) 물가 '비상등'이 켜졌다. 달러 대비 원화 가치가 1500원선을 위협하는 환율로 국내 휘발유·경유 가격이 6주째 상승세를 이어가는 와중에 국제유가마저 최근 들어 반등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서민들은 교통비 부담뿐 아니라 석유제품 가격에 민감한 식품·물류·유통 등의 가격 상승 압박에 시달리게 된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유류세 한시 인하 조치를 연장할 지에 주목하고 있다.
7일 한국석유공사의 유가정보 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12월 첫째 주 전국 주유소에서 판매된 휘발유 평균 가격은 리터당 1746.7원으로 전주보다 1.7원 올랐다. 10월 다섯째 주(1666.5원)부터 시작된 상승 흐름이 6주 연속 이어지고 있다.
최고가 지역인 서울 지역의 휘발유 평균 가격은 이미 지난달 18일부터 1800원선을 넘었다. 이날에는 전일 보다 0.30원 오른 리터당 1807.19원을 기록했다.
자동차용 경유의 12월 첫째 주 평균 가격도 리터당 1662.9원으로 전주 대비 2.5원 올랐다. 경유 역시 10월 다섯째 주(1541.7원)부터 6주 연속 상승 중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휘발유와 경유 모두 뚜렷한 상승세다. 휘발유는 1년 새 104.8원(6.38%), 경유는 180.6원(12.18%) 각각 올랐다.
지금까지는 환율 상승세가 석유제품 가격 상승세를 주도했다. 국내 주유소 가격과 달리 국제유가는 지난 1월 배럴 당 80달러대 초반까지 치솟았다가 4월부터 60달러 선에서 안정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마찬가지로 국제 경유 가격 역시 배럴당 85달러대에서 안정세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최근 국제유가 자체의 흐름이 심상찮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휴전협상이 지연되면서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1월 인도분은 전일 대비 0.41달러, 0.69% 올라간 배럴당 60.80달러로 3거래일째 상승했다. 두바이유는 사흘 연속, 브랜드유 가격은 각각 나흘, 닷새 연속 오름세다.
장태훈 에너지경제연구원 석유정책연구실 박사는 "최근 국제 경유 가격이 90달러 후반대에서 80달러 후반대로 조정된 것은 러·우 전쟁을 둘러싼 합의 가능성이 부상하며 시장이 제재 완화 기대를 반영한 영향"이라며 "하지만 러시아 제재의 영향으로 글로벌 석유제품 공급이 전반적으로 타이트해진 상황이고 종전 협의가 되지 않는 한 내년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고공행진 중인 환율은 가라앉을 기세가 보이지 않는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5일 1468.8원을 기록하며 1400원대 중반이 사실상 '뉴 노멀'로 자리잡고 있다.
이재현 NH선물 연구원도 "내년 원·달러 환율은 1410~1540원 범위에서 움직이며 평균 1450원 수준의 강달러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 박사는 "정유사별 장기 계약 물량과 구매 구조 등에 따라 달라 정확한 수치를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원유는 달러로 결제되기 때문에 유가가 1% 떨어지더라도 환율이 2% 오르면 원화 기준 원유 조달 비용은 오히려 증가한다"며 "유가 하락 효과가 상쇄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정유사들은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환율을 핵심 리스크로 관리하고 있으나, 헷지 비적용 구간이 존재해 일부 미헷지 포지션은 환율 급등락에 따른 위험에 여전히 노출돼 있다.
석유제품 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경우 생활 물가 전반에 압박에 한층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일부 식품업계는 주요 제품 가격을 인상할 때 물류비와 가공 과정에서 발생하는 연료비 상승을 주요 요인으로 제시한 바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해 기획재정부는 유가·환율·물가 흐름을 종합 검토해 이르면 이달 중순 유류세 한시 인하 조치의 연장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유류세는 2021년 11월 이후 18차례에 걸쳐 인하 조치를 연속적으로 유지해오고 있다.
정부는 앞선 지난달 1일 휘발유 유류세 인하율을 10%에서 7%로, 경유와 액화석유가스(LPG) 부탄은 15%에서 10%로 각각 축소했다.
이 조정으로 리터당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각각 25원, 29원 상승하는 효과가 발생한 만큼, 내년 유류세 인하 조치의 향배에 따라 국내 석유류 가격 흐름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환율 상승분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물가에 반영되겠지만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생활물가는 이미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며 "18차례 이어져 온 정책 피로감도 제기되지만 기름값은 생활물가 전반의 신호로 작용하고 있어 유류세 인하 조치를 연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한나 기자 park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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