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균 편집국장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지 6개월이 막 지났다. 대통령실은 일요일인 7일 이른바 ‘3실장’(강훈식 비서실장·위성락 국가안보실장·김용범 정책실장)이 직접 나서 지난 6개월을 되돌아봤다. 그리고 “국민 주권을 활짝 열고, 민생 활력을 찾았으며, 외교를 반석에 올려놓았다”고 자평했다.

계엄 사태·관세 복병 등 한국 경제를 위기로 내몰았던 내외부 불확실성이 차츰 제거되고 있다. 당초 ‘0%대’로 예견됐던 올해 경제성장률도 1%대를 넘어설 전망이다. 수출도 3년만에 사상 최대치를 눈 앞에 두고 있다. 주가는 높은 변동성 속에서도 ‘사천피’에 안착하는 모습이다.

어쨌든 정부는 내세울 성적표가 분명 있다. A학점은 ‘글쎄’라도, B는 받아야 한다는 게 정부·여당의 속내인 듯 싶다. 필자 역시 상당부분 동의한다. 여전히 높은 이 대통령의 지지율도 이를 ‘숫자’로 객관화하고 있다.

이제 지표를 걷어내고 현실로 들어가보자. 아직도 우리 경제에 좋은 구석을 찾아보기 쉽지 않다.

살림살이는 여전히 팍팍하다.

물가는 다시 2%대로 올라섰다. 먹거리(식품) 물가는 지난 5년 새 27% 뛰었다. 김부터 상추·국수·고등어·오징어까지 크게는 배 이상, 작게도 두자릿수로 올랐다. 수입 먹거리도 마찬가지다. 1500원을 넘보는 원·달러 환율은 물가를 계속 자극하고 있다. “올라도 너무 올랐다”, “장보기가 겁난다”는 하소연은 더 이상 뉴스가 아니다.

이자도 뛰고 있다. 대출금리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려도 오르고 있다. 정부의 가계대출 옥죄기에 금융권은 앞다투어 가산금리를 높이고 있다. 대출금리 인상폭은 은행채·코픽스(COFIX) 등 지표금리 상승폭을 크게 웃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최저가 연 4%, 상단은 6%를 넘어섰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족’은 물론 일반 서민들마저 아우성이다. 대형은행들이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그나마 대출이라도 받을 수 있으면 다행인 상황이다.

정부의 3차례 규제책으로 집값이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지만, 부익부 빈익빈을 부추기고 있다. 제대로 된 공급대책이 나오지 않는 한 언제든 시한폭탄으로 되돌아 올수 있다. 집권 초 ‘대출 규제는 맛보기’라며 사실상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했던 이 대통령까지도 서울·수도권 집값 문제에 대해 “대책이 없다”고 털어 놓은 마당이다.

기업은 어떤가. 한국은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다. 수출이 기업 실적을 좌우한다. 올 1~11월 누적 수출액은 6402억달러로 1년 전보다 2.9% 늘었다. 역대 1~11월 수출액으로는 2022년 6287억달러 이후 3년만에 최대치다. 현재대로라면 사상 첫 수출 7000억달러 돌파도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또한 ‘반도체 착시’다. 반도체를 쏙 빼면 올 1~11월 수출액은 4876억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 4948억달러보다 1.5% 뒷걸음질했다. 주요 15개 수출 품목 중 10개 품목이 역성장했다. 반도체 경기가 꺾이면 경제 전반에 메가톤급 충격파가 찾아온다. 반도체가 내년까지 슈퍼사이클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은 그나마 위안거리다.

정부 역시 체력이 날로 허약해 지고 있다. 내년 예산안이 당초 정부안보다 약 1000억원 감액된 규모로 확정됐지만 재정적자가 늘 수밖에 없는 구조다. 성장 동력 확보와 민생 지원에 써야 할 돈이 넉넉지 않기 때문이다.

대통령실은 이날 “내란으로 무너진 일상을 빠르게 회복하고, 다시 성장과 도약을 위한 출발선에 설수 있게 됐다”고 했다. 하지만 경제 주체인 가계와 기업, 정부 모두 허덕이고 있다. 한국 경제는 여전히 ‘코드 레드’(중대경보) 상황이다. “그래서 살림살이는 나아지셨습니까”라는 과거 어느 대선후보의 반문을 소환하는 형국이다.

계엄 정국이 어느 덧 1년을 넘겼다. 한껏 고무된 정부·여당은 ‘끝까지 내란 척결’을 외치고 있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제대로된 사과조차 못한 채 ‘내란의 늪’에서 허우적대고 있다. 정치권은 한목소리로 국민을 외치지만, 맘 속에는 내년 지방선거 셈법만 가득하다. 그렇게 서민은 말라가고, 기업은 골병 들고, 경제는 죽어간다. 과거를 털고, 미래를 얘기하자. 그래야 대한민국이 산다.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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