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물가 전년동월比 2.4%↑
귤 26.5%·쌀 18.6% 등 급등
고환율 속 기준금리 인하 못해
시중금리는 올라 이자 ‘이중고’
1400원대 후반의 고환율이 물가와 금리 정책을 동시에 묶어두면서 서민경제가 이중고에 내몰리고 있다. 고환율로 수입 물가가 오르며 식탁 물가와 생활비 부담이 커지는 데다 시중 대출금리까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어서다. 환율 부담 탓에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여지마저 사실상 사라지면서 서민들의 생활 여건이 한층 더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고환율발 물가 압력 식탁까지 넘본다… 소비자물가 두달 연속 상승세
7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11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보다 2.4% 오르며 두달 연속 2%대 중반 상승률을 이어갔다. 특히 고환율의 영향을 크게 받는 수입 품목을 중심으로 오름세가 두드러졌다. 농축수산물 물가는 5.6% 뛰어 전체 물가를 0.42%포인트(p) 끌어올렸고, 귤·사과·쌀 가격은 각각 26.5%, 21.0%, 18.6% 급등했다.
석유류 역시 5.9% 오르며 올해 2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국제유가는 연초 배럴당 79달러 수준에서 60달러 아래로 내려왔지만, 리터당 휘발유 평균 가격은 지난달 1718원으로 전월(1633원) 대비 오히려 상승했다. 환율 상승과 유류세 인하 폭 축소가 겹치며 수입 원가 부담이 커진 영향이다.
국민들이 자주 구매하는 품목 중심의 생활물가지수도 11월에 2.9% 오르며 1년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수입 원재료 부담은 가공식품 물가에도 번져 전년 동월 대비 3.3% 올랐다. 주요 원재료가 대부분 해외 조달에 의존하는 만큼 원화 약세가 지속될 경우 시차를 두고 추가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런 물가 상승세는 생계비 비중이 큰 저소득층에 고스란히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올해 3분기 소득 하위 20% 가구는 전체 소비지출의 약 40%를 먹거리·주거·전기·가스료 등 필수 항목에 사용했는데 이 중 식료품과 비주류음료 지출 비중만 19%에 달했다. 같은 기간 상위 20%의 생계형 지출 비중은 20%대 초반에 그친 점을 고려하면 환율에 민감한 품목의 가격 상승이 저소득층의 체감 부담을 훨씬 빠르게 키우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소비자물가가 앞으로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원·달러 환율이 본격적으로 오른 10월 이후 생산 단계의 비용이 상승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0월 생산자물가지수는 120.82(2020년=100)로 전월보다 0.2% 오르며 두 달 연속 상승했다.
생산비용 상승은 곧바로 소비자 가격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기업들이 늘어난 원가를 가격에 전가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생산자물가는 소비자물가에 앞서 움직이는 선행 지표로 원자재·중간재 가격이 오르면 최종 소비자가격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 지난달에도 환율이 1450∼1470원대에서 높은 수준을 유지한 만큼 11월 생산자물가 역시 상승했을 가능성이 높다.
◇대출금리는 더 오른다… 서민들 ‘이중고’
고환율은 물가 압력을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통화정책에도 제약을 주고 있다. 환율이 안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경우 원화 약세가 더 가속될 수 있어 동결 기조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 구조기 때문이다.
이에 한은의 ‘동결 유지’뿐 아니라 매파 전환 가능성까지 열릴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물가가 목표 수준을 안정적으로 하회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환율발 물가 압력이 누적되면 한은이 통화정책 정상화를 위해 금리 인상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도 열릴 수 있다는 것이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원화 약세는 금리 차가 아니라 성장률 격차와 달러 수요 확대가 만든 흐름으로 이런 구조에서는 한국은행이 금리 인하로 방향을 돌리기 어렵다”며 “환율이 1500원을 쉽게 넘기지는 않겠지만 물가 압력이 누적되면 통화정책이 더 매파적으로 움직일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은이 금리를 인상할 경우 서민 부담이 한층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미 기준금리가 동결된 상황에서도 시중금리는 빠르게 치솟고 있다. 국고채 금리가 연중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혼합형 금리는 5%대 중·후반까지 올라섰고, 일부 구간은 6%에 근접하고 있다. 신용대출 금리 역시 같은 기간 상단이 0.19%p 오르며 지표금리 상승 폭을 넘어서는 흐름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이런 구조가 내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주요 글로벌 IB들이 최근 한국의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을 일제히 상향 조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노무라·바클레이·골드만삭스 등이 내년 물가 전망을 0.1~0.2%p 상향했고, 한국은행 또한 올해와 내년 물가 전망을 2.1%로 올려잡았다. 환율 상승이 수입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중앙은행이 환율발 물가 상승 위험을 언급한 것은 인하 필요성이 낮아졌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며 “경제전망 상향 등을 고려하면 내년 통화정책은 동결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유진아 기자 gnyu4@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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