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가 털렸다고 해서 회원 탈퇴를 하려는데 뭘 어떻게 하라는 건지 도저히 모르겠네요.”
3400만건에 육박하는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탈팡(쿠팡 탈퇴)’ 움직임이 확산 중이지만 노인 같은 디지털 소외 계층은 이마저도 쉽지 않다.
회원 가입은 쉬워도 탈퇴는 복잡하고 까다롭게 만들어 놓은 쿠팡 측의 얄팍한 상술이라는 비난까지 쏟아지고 있다.
데이터 분석 기업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쿠팡 결제자 중 60대 이상은 209만 명으로 전체의 12.7%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달(167만 명) 대비 25.2%나 급증한 수치다.
문제는 늘어난 고령 이용자만큼 피해 예방의 사각지대도 커졌다는 점이다.
현재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스미싱 신고, 번호 도용 차단, 명의도용 방지 서비스 가입 등 ‘추가 피해 방지 팁’이 공유되고 있지만, 노인들에게는 접근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탈퇴를 시도하다가 방법을 몰라 중도 포기하는 사례도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24 디지털 정보격차 실태조사’를 보면 60대 이상 고령층의 76.4%(복수 응답)는 디지털 기기 이용 중 문제 발생 시 “가족에게 도움을 요청한다”고 답했고, “스스로 해결한다”는 응답은 35.7%에 그쳤다.
한국에 거주하며 쿠팡을 사용하는 외국인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특히 이번 유출 사고의 범인이 중국 국적으로 의심되면서 불안감은 더 크다.
서울에 거주 중인 한 70대 노인은 “내 정보가 어딘지도 모를 곳으로 넘어가 어떻게 악용될 지 모른다고 생각하니 무섭다”며 “유출 확인 절차도 회원탈퇴도 복잡해 난감하다”고 호소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전 국민적인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디지털 취약계층을 위한 맞춤형 지원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명예교수는 “젊은 층과 달리 정보 접근성이 떨어지는 노인이나 외국인은 불안감이 더 클 수밖에 없다”며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고령층이나 외국인 대면 상담 창구를 운영하는 등 적극 개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삼식 한양대 고령사회연구원장은 “미혼모나 아동을 위한 전용 창구처럼, 디지털 범죄에 취약한 노인들을 위한 무료 상담 콜센터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박순원 기자(ssun@dt.co.kr)실시간 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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