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양의무 버린 부모, 유족연금·사망일시금 등 모든 수급권 박탈
자녀의 양육 의무를 저버린 부모가 자녀의 재산을 상속받지 못하도록 하는 법이 내년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이른바 ‘구하라법’이라고 불린 상속권 상실선고 제도다.
그동안 사회 각계를 공분(公憤)에 떨게 했던 사건이 있었다. 어린 자식을 버린 채 연락 한번 하지 않다가, 자녀가 사망하자 돌연 수십 년 만에 나타나 “내가 부모이니 유산을 달라”고 소송을 걸었던 사건이다. ‘구하라법’ 논의를 촉발하는 계기가 됐던 이러한 말도 안돼는 상황이 국민연금 제도 내에서 더이상 벌어지지 않게 된 것이다.
5일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부양의무를 위반한 부모의 유족연금 수급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최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번 개정안은 단순히 연금 지급 기준을 바꿀 뿐만 아니라 “자격을 갖추지 못한 이에겐 혜택도 없다”는 사회적 정의와 국민의 법 감정을 공적 연금 제도에 명확히 반영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개정된 법안을 보면 미성년 자녀에 대한 부양의무를 다하지 않은 부모는 자녀가 사망했을 때 국민연금에서 지급되는 각종 유족 급여를 받을 수 없다.
양육의 의무를 저버린 부모일지라도 법률상 상속권이 유지돼 자녀가 남긴 보험금이나 연금을 챙겨가는 사례가 있었지만, 이번 법 개정으로 이런 ‘얌체 수급’에 강력한 제동이 걸린 것이다.
개정안은 민법 제1004조의2에 따라 법원으로부터 상속권을 상실했다는 판결을 받은 부모를 대상으로 한다. 가정법원에서 “이 부모는 자녀를 유기하거나 학대하여 상속 자격이 없다”라고 확정하면 국민연금공단 역시 이를 근거로 연금 지급을 거절하게 되는 구조다.
지급이 제한되는 범위도 포괄적이다. 매달 지급되는 ‘유족연금’은 물론이고, 일시금으로 지급되는 돈도 챙길 수 없다. 낸 보험료를 돌려받는 ‘반환일시금’, 장제비 성격의 ‘사망일시금’, 그리고 아직 지급되지 않은 ‘미지급 급여’까지 모두 포함된다.
이 제도는 상속권 상실을 규정한 민법 개정안의 시행 시기에 맞춰 2026년 1월 1일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양육 의무를 방기한 부모가 민사소송을 거쳐 상속권을 잃은 경우 연금공단 창구를 두드리는 일은 불가능해진다.
박양수 기자(yspark@dt.co.kr)실시간 주요뉴스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