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 높아 총수 성향 반영

유학파 3~4세 총수 세대교체

‘정의선의 남자’ 송창현 물러나

삼성 정현호·LG 신학철 퇴임

2023년 현대차그룹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기조연설 하는 송창현 사장. 연합뉴스
2023년 현대차그룹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기조연설 하는 송창현 사장. 연합뉴스

재계에서 소위 ‘2인자’로 불리는 부회장급 전문경영인들이 사라지고 있다. 미증유의 위기를 맞아 총수, 오너가(家)가 직접 전면에 나서는 ‘책임 경영’의 기조가 한층 강해졌다.

미국 등에서 공부한 유학파 3~4세 총수들로 세대교체 되면서 선대와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예를 들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했고,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샌프란시스코대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들은 탈권위, 토론과 집단지성에 익숙하면서도 자신감을 갖춘 오너 리더십이 부각되는 실리콘벨리식 경영 시스템을 공부했고, 경영 전면에 나선 뒤 이를 실천하고 있다. 직급 간소화, 수평적 조직 구축, 의사결정 절차 축소 등이 그 예다.

올해 인사에서 그룹 2인자 또는 총수 측근들이 대거 물러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당장의 실적 확보가 중요한 전문경영인 체제로는 인수·합병(M&A)과 같은 미래 신사업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가 쉽지 않다.

트럼프발(發) 자국 우선주의에 인공지능(AI) 패권다툼 등으로 대내외 불확실성이 극에 달하면서 총수들이 전면에 나서는 경영 기조는 한층 더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현대차그룹은 4일 “송창현 사장이 최근 일신상의 사유로 회사에 자진 퇴임 의사를 밝혔으며 회사는 송 사장의 결정을 존중해 사임을 수용했다”고 전했다.

송 사장은 2021년 현대차그룹에 합류한 이후 소프트웨어(SW) 개발을 주도했다.송 사장은 정 회장이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를 선포하면서 이 부문 전권을 주며 영입한 경영인이었다. 미래 성장동력으로 일찌감치 선포한 정 회장은 송 사장이 설립한 포티투닷을 2022년 인수했으며, 송 사장에게 SW 사업부를 담당하는 AVP본부장 직을 맡기는 등 중용했다.

송 사장은 그룹 내외부에서 ‘정의선의 남자’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SDV 사업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자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수 측근 뿐 아니라 ‘2인자’로 꼽혔던 전문경영인들도 대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달 이재용 회장의 사법리스크 공백을 메우다 물러난 정현호 사업지원TF 부회장이 대표적인 예다.

SK그룹의 경우 이형희 부회장이 4년 만의 부회장 승진자로 이름을 올리긴 했지만, 조력자 역할로 남는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은 수펙스추구협의회 인력 규모를 절반 수준으로 줄이는 등 그룹 컨트롤 타워의 역할을 축소하고 있다.

LG그룹 역시 최근 정기 인사에서 ‘부회장 투 톱’ 체제의 한 축인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이 퇴임했다. 부회장 후보로 거론되던 조주완 LG전자 대표도 최근 인사에서 물러났다.

롯데그룹의 경우 이동우 롯데지주 대표이사 부회장, 이영구 롯데 식품군 총괄대표 부회장 등 부회장 네 명이 모두 물러났고, 대신 신동빈 롯데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부사장이 롯데바이오로직스 각자대표를 맡아 그룹 내 위상이 한층 더 높아졌다.

GS그룹은 오너가 2명만 부회장 승진자 명단에 넣었다. 허용수 GS에너지 부회장과 허세홍 GS칼텍스 부회장이 그 주인공이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불확실성이 높은 경영환경에서 총수들이 직접 나서서 책임경영을 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위기 관리 능력에 있어 전문경영인보다 강력한 리더십을 지닌 총수가 더 높다는 인식이 있다”고 말했다.

장우진·임주희 기자 jwj17@dt.co.kr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장우진
임주희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