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해외투자 수요에 고환율 고착 우려 커져
금리차 축소·수급 완화로 내년 안정 전환 전망도
원·달러 환율이 1460~1470원대를 오르내리며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해외투자 수요 확대와 엔저 장기화가 겹치며 원화 약세 압력이 누적된 영향이다. 환율이 연저점이던 1480원을 넘어 1500원 진입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고환율' 고착 우려도 커지고 있다.
다만 원·달러 환율이 앞으로 하향 안정화되거나 원화 가치가 상승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 금리 인하 기대와 금리차 축소 전망, 연말 달러 공급 증가가 맞물리면서 과도한 약세 흐름이 진정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고환율 고착 우려… 연저점인 1480원 넘어서나
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의 주간거래 종가(오후 3시30분)는 전 거래일보다 5.5원 오른 1473.5원에 마감했다. 장 초반 1467원에 출발했지만 오후 들어 외국인 주식 순매도와 결제 수요가 겹치며 다시 1470원선을 넘어섰다.
환율 상승의 압력 배경에는 내부·외부 요인이 동시에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내부적으로는 국민연금·서학개미 등 해외투자 수요가 구조적으로 확대되며 달러 수요가 상시화된 점이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잔액은 770조원을 넘어 외환보유액(628조원)을 웃돌고, 서학개미의 해외주식 매수도 하반기 들어 매달 50억달러를 넘기고 있다. 달러가 국내에서 빠져나가는 규모가 커지면 외환시장에서 원화 약세 압력이 상시적으로 형성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수출기업의 달러 공급 감소도 상단을 자극하는 변수다. 과거에는 수출기업이 벌어들인 달러를 곧바로 원화로 환전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해외투자 확대와 차입 상환 스케줄에 대비해 달러를 보유하려는 경향이 강해졌다.
민경원 우리은행 선임연구원은 "역외 매도세는 줄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수입업체 결제, 해외투자 목적의 환전 수요가 계속 들어오면서 시장에서 체감하는 달러 수급이 빡빡한 상황"이라며 "수출기업의 네고 물량이 충분히 나오지 않는 점도 환율 상단을 자극하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외부적으로는 엔·달러 환율이 155엔 안팎에서 고착되며 엔저 흐름이 장기화된 점이 원화에 직접적인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글로벌 달러 강세가 완화됐음에도 원화만 유독 약세를 보인 배경에 엔저 영향이 자리한다는 것이다.
이에 시장은 환율이 연저점이던 1480원을 상단 저항선으로 다시 돌파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 구간을 넘어설 경우 '수급·심리 쏠림'이 강화돼 1500원대 진입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경계감 때문이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환율은 84% 확률로 계속 오르고 있다"며 "외환보유액 부족, 국가부채 비율 확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연말에는 1500원을 넘어설 수 있고 내년에는 1600원에 육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원화 약세 국면 지나나… "최악의 상황은 끝났다"
하지만 최근 들어 과도한 약세 국면이 누그러지며 내년 환율 흐름이 지금과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고개를 들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1480원 상단 저항을 다시 테스트할 수 있지만, 내년에는 환율이 하향 안정화되거나 원화 가치가 되돌림 흐름을 보일 수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는 분위기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최근 보고서에서 원화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약세 구간을 지나 점진적 회복 국면에 들어설 가능성을 제기했다.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가 커지는 반면 한국은행의 통화완화 사이클은 사실상 종료 단계에 있어, 한·미 금리차 부담이 완화될 여지가 있다는 판단이다. 여기에 원화가 각종 거시 변수 대비 과도하게 저평가된 상태에 머물러 있다는 점도 회복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모건스탠리는 보고서에서 "한국 원화의 최악의 상황은 끝났다"며 "미국의 금리 인하와 한국의 금융완화 종료가 맞물리며 내년에는 원화 하락세가 반전될 것"이라고 밝혔다.
연말 계절적 요인도 원화 강세 재료로 거론된다. 정부·공공기관의 달러 매도 등 일시적 수급 개선이 반복되는 흐름 때문이다.
민 연구원은 "원화 약세를 촉발한 요인 중 일부는 이미 가격에 상당 부분 반영됐다"며 "달러 수요 쏠림이 진정되기 시작하면 1480원대 상단이 다시 강한 저항선으로 자리할 수 있다. 미 금리 인하가 가시권에 들어오고 수출 회복세가 강화되면 내년 환율 흐름은 지금처럼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진아 기자 gnyu4@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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