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이 한국산업은행에 금융 지원을 공식 요청했다. 양사는 총 8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뼈대로 한 자구안도 제시했다. 산은은 곧 채권단 자율협의회를 열어 실사 일정과 지원 방안을 논의한다. 충남 대산 석유화학단지의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는 것이다.
3일 산은과 석화업계에 따르면 산은은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의 사업 재편을 위한 금융 지원 방안을 수립하기 위한 절차에 착수한다. 이르면 5일 채권단 자율협의회를 소집해 각 사가 제출한 신청 내용과 사업재편 계획을 논의하고, 사업재편 대상 기업 선정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산은 측은 "자율협의회가 회사와 공동으로 실사를 진행, 사업재편 계획의 타당성을 검토하고 계획 이행을 위한 해당 회사, 모회사의 자구 계획과 채권금융기관의 금융지원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양사는 스페셜티 개발 등 경쟁력 강화 투자에 필요한 신규 자금, 시장성 차입금 등을 원활하게 거래하기 위한 금융지원 방안을 검토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따라 금융지원 방안에는 현재의 금융 조건 유지를 전제로 한 만기 연장, 이자율 조정, 신규 자금 지원 등 사업재편에 필요한 제반 방안이 포함될 전망이다.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은 자율협의회가 사업재편 계획 검토를 위해 진행하는 실사 절차에 적극 협조할 것을 확약했다. 또 회사의 재무안정화와 지속가능성 확보에 필요한 자구계획을 충분히 마련할 것도 약속했다.
그 일환으로 대주주들도 자구책을 내놨다.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의 모회사 HD현대오일뱅크는 각각 4000억원씩 총 8000억원의 유상증자를 진행할 계획이다. 합병 과정에서 늘어날 재무 부담을 줄이기 위한 조치다.
롯데케미칼은 대산 나프타분해시설(NCC)를 분할해 신설 법인을 만든 뒤 HD현대케미칼과 합병한다. 합병 법인의 지분은 롯데케미칼과 HD현대오일뱅크가 50%씩 나눠 갖는다. 대산 NCC 인력은 전원 HD현대케미칼로 이동한다.
롯데케미칼의 NCC는 가동을 전면 중단한다. 롯데케미칼이 110만톤 규모의 NCC를 멈추고 HD현대케미칼이 보유한 85만톤 NCC만 유지하는 방식이다. 다만 설비는 철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지난 2일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강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한 만큼 이번 금융 지원을 뒷받침할 제도적 장치는 마련됐다.
이 법에는 설비 통합 시 인허가 절차 간소화와 스페셜티·친환경 전환을 위한 연구개발 지원, 정책자금 등 금융 지원, 과세이연을 포함한 세제 혜택 등이 담겼다.
이에 따라 이번 대산을 시작으로 울산·여수까지 전국 주요 산단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울산에서는 대한유화, SK지오센트릭, 에쓰오일 등이 외부 컨설팅과 함께 구조조정 시나리오를 조율 중이다. 여수에서는 여천NCC가 한화솔루션·DL케미칼과 연료공급 계약을 이번 주 안에 마무리할 예정이다.
박한나 기자 park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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