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주요국이 인공지능(AI)·IT를 중심으로 유니콘 기업(자산가치 1조원 이상인 비상장기업)을 배출할 때, 한국은 여전히 소비재·유통 분야에 치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규제 장벽으로 유니콘까지 성장하는 데 무려 9년이라는 시간이 걸리면서 'AI 3강' 도약도 늦춰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상공회의소가 3일 비즈니스 분석 기업 CB 인사이트의 글로벌 유니콘 기업 명단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전 세계 유니콘 기업은 지난 10월 기준 1276개로 조사됐다.
이 중 미국 기업은 717개로 전체의 56.2%를 차지해 압도적 1위에 오른 반면, 한국은 13개로 11위에 머물렀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4년간 미국 유니콘 기업은 229개 증가해 전체 증가분의 72.2%를 차지한 데 비해, 한국은 2개가 늘어나는 데 그쳤다. 미국 수출 규제 여파로 19개가 감소한 중국을 제외하면 가장 저조한 유니콘 배출 양상을 보였다.
AI 유니콘의 성장도 한국이 유독 뒤처진 것으로 조사됐다. 상위 10개국의 유니콘 기업들은 'AI·IT 솔루션'분야가 36.3%로 가장 높은 비중을 보였지만, 한국 유니콘 기업은 '소비재·유통' 분야가 46.1%로 절반 가까이 차지했다.
한국은 13개 유니콘 기업 중 AI 스타트업은 리벨리온, 메가존클라우드 단 2곳뿐이었다.
이러한 성장 부재는 규제 장벽으로 유니콘에 오르기까지 9년이라는 시간이 걸린 여파로 풀이된다. 한국은 평균 8.99년이 소요된 반면 유니콘 보유 상위 10개국 전체의 평균 소요기간은 6.97년으로 조사됐다.
특히 챗GPT 개발사인 오픈AI(3.62년)를 비롯해 앤트로픽(2.02년), 퍼플렉시티(1.72년)와 xAI(1.22년) 등 AI 혁신을 주도하는 유니콘들은 1~3년여의 시간이면 충분했다.
AI 중심의 대규모 벤처투자에 힘입어 비교적 단기간에 유니콘으로 성장했다는 설명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클라우드·AI 기업인 메가존클라우드가 4.12년 만에 유니콘에 등극해 한국 유니콘 중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통상 회사를 설립한 후 자금을 조달해 기업공개(IPO)까지 가는 데 7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경우 성장 잠재력에 물음표가 달리면서 투자자들의 이탈이 가속화될 수 있다"며 "특히 AI·IT 업종은 변화의 속도가 빠른데 자금조달 창구가 제한적일 경우 회사의 성장 속도도 그만큼 더딜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상의는 혁신거점 도시를 육성하고, 정부의 적극적인 마중물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의 경우 요즈마 펀드처럼 정부가 앵커 투자자로 들어가 민간·해외 벤처캐피탈(VC) 자본을 끌어들인 뒤 초기 스타트업에 집중 투자하고, 일정 시점에 민간에 지분을 매각하는 모델이 조기에 정착해 벤처 생태계가 빠르게 자립화됐다. 이러한 롤 모델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게 상의 설명이다.
김현수 대한상의 경제정책팀장은 "기업 성장의 상징적 지표인 유니콘 기업 배출이 둔화하는 것은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 전반의 활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신호"라며 "제도 혁신과 풍부한 자본 유입이라는 양 축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유니콘 육성 생태계를 다시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장우진 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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