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버스 ETF 가격 급락에도 ‘손 쓸 수 없는’ 시장… 액면조정 제도 공백 탓
국내 증시 강세가 이어지면서 인버스 2배(2X) 상장지수펀드(ETF) 가격이 700원대까지 추락했다. 그러나 ETF는 주식과 달리 액면분할·병합을 통한 가격 조정이 불가능해, 초저가·초고가 ETF가 동시에 늘어나는 시장 왜곡이 심화되고 있다. 업계는 호가 단위 비효율과 투자 접근성 저하를 우려하며 제도 개선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증시에 상장된 ETF 중 1000원 미만으로 거래되고 있는 ETF는 모두 인버스 2X 상품인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자산운용에서 출시한 KODEX 200선물인버스2X가 701원으로 가장 낮았으며 RISE 200선물인버스2X(706원), KIWOOM 200선물인버스2X(708원), TIGER 200선물인버스2X(744원)도 낮은 가격에 거래됐다.
국내 증시가 강세를 이어가면서 코스피 일일 수익률을 2배로 역추종하는 인버스2배 ETF의 가격이 급락하고 있는 것이다. 개인 투자자의 비중이 높은 KODEX 200선물인버스2X의 경우 올해 73.09% 하락했다.
향후 증시가 우상향 곡선을 그릴 경우 인버스 ETF들의 가격은 더 낮아질 수밖에 없고 극단적인 경우 10원대까지 내려갈 수 있다. ETF 가격 하한선이 없어서다. 저가 ETF뿐 아니라 고가 ETF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가격이 과도하게 높아지면 개인 투자자의 접근성이 떨어지고 소액 거래가 제한되면서 유동성도 저하될 수 있는데, 최근 4년 사이 좌당 가격이 10만원을 넘어선 ETF는 30개에서 64개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일반 상장 주식의 경우 액면병합을 통해 시가를 재조정할 수 있으나, 국내 ETF는 불가능하다. 집합투자기구로 분류되는 ETF는 펀드 단위로 운용되기에 '주식 액면가 변경'이라는 개념을 적용하는 것이 어렵다는 게 현행 규제의 논리다.
이에 업계에서는 규제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ETF 가격이 지나치게 낮아지면 단위 호가(1원)의 상대적 크기가 커지면서 좌당 가격의 등락 폭이 기계적으로 확대되는 구조적 비효율이 생기기 때문이다. 만일 ETF 가격이 10원대일 경우 1원의 변동만으로도 10%의 가격 변동률이 발생한다.
ETF의 액면 병합·분할 논의는 과거에도 있었지만, 상법 해석 문제로 번번이 막혀 왔다. 2020년 원유 ETN 급락 사태 이후 금융당국이 병합 제도를 검토했고, 2022년에는 금감원이 ETF 액면분할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법무부가 "상법상 주식 외 펀드·채권에는 분할·병합 규정이 없다"며 두 차례 모두 불가 의견을 내면서 논의가 중단됐다.
이 때문에 사실상 자산운용사와 거래소 모두 별 다른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올해 국내 증시가 너무 올라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라며 "일단 지켜봐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자산운용사 임원 또한 "ETF의 액면병합·합병이 법적으로 금지돼 있어 대책을 세울 수 있는 방법도 없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액면 병합·분할 시 발생하는 거래정지 기간에 대한 우려도 제기한다. 액면 변경 과정에서 일정 기간 매매가 중단되는데, 이 시기에 증시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인버스·레버리지 ETF는 기초지수와 실제 ETF 가격 간 괴리가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하루 단위로 수익률을 조정하는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은 단기간 가격 변동에 민감해 거래정지 기간 중 시장 방향성이 크게 움직이면 투자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거래가 정지된 동안 코스피가 3~4%씩 움직이면 인버스 ETF의 손실폭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며 "액면병합·분할을 검토하더라도 이에 대한 보완책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jy1008@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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