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원 前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
그야말로 아닌 밤중에 홍두께와 같이 심야에 전 국민을 경악하게 했던 계엄의 충격이 발발한지 꼭 1년이 지난 현재, 대한민국은 헌정 질서는 물론 거의 모든 것을 회복했다. 특히 10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는 세계에 한국의 위상을 드높임으로써 국제적으로 우리나라 민주정치의 강건한 회복력을 과시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11월 경제심리지수는 94.1로 작년 11월 93.0을 넘어서 작년 12월 3일 발생했던 계엄의 충격을 경제적으로도 완전히 탈피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러한 국정 전반의 정상화에도 불구하고 계엄사태로 야기된 국가기관의 신뢰 추락은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저지른 계엄의 충격이 기본적으로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도를 크게 추락시켰음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최근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의 명분을 만들기 위해 북한과의 군사적 긴장을 극적으로 높이려 했다는 내란특별검사팀의 수사 결과 발표는 많은 국민들에게 놀라움과 참담함을 안겨 주었다.
국가데이터처의 최근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 사회를 신뢰하는 국민의 비중은 54.6%로 2년 전보다 3.5%포인트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2024년)에 따르면 우리나라 정부를 신뢰하는 국민의 비율은 37.2%, 불신은 44.3%였다.
계엄사태 직전인 작년 11월 4주차와 올해 11월 4주차 한국갤럽의 여론조사 결과를 비교해 보면, 대통령 직무수행 긍정 평가는 72%에서 60%로, 국민의힘 지지도는 32%에서 24%로, 더불어민주당 지지도는 33%에서 42%로 변화했다. 계엄 사태 후 1년이 지나도록 국민들에게 공식적인 사과조차 없는 국민의힘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이 지지도 8%포인트 저하로 나타난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국회의 과반을 넘어 집권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 지지도가 9%포인트의 반사적 상승에 그쳤다는 점은 실망스러운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여론조사 결과는 총체적으로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심각하게 추락했음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주목해야 할 사실은 국가기관의 권위와 신뢰가 회복되지 않는 데는 계엄의 충격 외에 이재명 정부의 개혁 정책에도 상당한 책임이 있다는 점이 있다는 점이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대통령도 갈아치우는데 대법원장이 뭐라고”언급함으로써 국민들을 놀라게 했다. 사법 개혁을 계엄 사태 청산과 같은 차원에서 추진한다면, 과연 그런 개혁이 정부에 대한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를 둘러싼 검찰총장과 검사장들의 줄사퇴 등 검찰 조직의 심각한 동요는 많은 국민들에게 옳고 그름의 시비를 떠나서 검찰이 저런 상태에 있어도 되는가 하는 심각한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법질서를 유지하는데 근간이 되는 법원과 검찰 조직이 심각하게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이재명 정부는 심각성을 직시해야 마땅하다. 과거 검찰이 정권의 수족으로 저지른 과오를 척결하는 것과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검찰 조직을 재구축하는 것은 별개의 과제이며, 그 책임은 당연히 검찰 개혁을 추진하는 현 정부에 있다. 또한 대통령실 국정감사에서 보여준 여야 국회의원들의 ‘배치기 대결’은 금년 국정감사의 백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대통령실은 “내년 상반기에 감사원법을 개정해 정책감사를 폐지하여 공직사회에 만연한 감사 공포를 제거하겠다”고 발표했으나, 국민들은 이것이 과연 반가운 소식인지 그래도 괜찮은지 얼떨떨할 따름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총체적으로 그야말로 ‘민무신불립’(民無信不立)의 상태에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논어(論語)의 안연편에서 공자(公子)는 나라를 유지하는데 있어 군사와 식량보다 백성들의 신뢰가 우선이라 말하며 ‘민무신불립’을 강조했다. 이 구절이 2500년이 넘도록 회자되는 이유는 나라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정치의 근본임은 고금을 통해 변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국가기관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는 국가기관 권위의 토대이자 국민 행복의 근간이다. 따라서 정부의 최우선 과제는 계엄 사태로 실추된 정부와 국가기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와 권위를 회복하는 일이다. 이는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는 것보다 더 중대한 국정 과제로, 총력을 기울여야 마땅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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