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주] 주식시장 관련 소식이 매일 쏟아지지만 뉴스에서 ‘개미’의 목소리를 찾기 쉽지 않습니다. 기사를 쓰는 기자도 개인 투자자고, 매일 손실과 이익 사이에서 울고 웃습니다. 일반 투자자보다 많은 현장을 가고 사람을 만나지만 미처 전하지 못했던 바를 철저하게 ‘개인’의 시각으로 풀어보겠습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서학개미’의 환율 변동성 위험관리 능력을 걱정했다. 환율 변동성이 줄어들면 안 해도 되는 걱정이다. 서학개미를 환율 상승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하고, 환율 위험으로 협박하는 모양새다.
원·달러 환율이 과거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으로 높아졌다. 가장 우려스러운 부분은 ‘달러 강세’보다 ‘원화 약세’가 환율 상승의 원인이라는 점이다.
세계 주요 통화와 달러의 상대적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지수는 최근 1년간 꾸준히 낮아졌다. 지난해 12월 110포인트까지 올랐던 지수는 현재 99포인트 선에 머물고 있다. 같은 기간 환율은 5% 이상 올랐다.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로 급등했던 환율은 상황이 수습된 뒤 빠르게 정상으로 돌아왔다. 지난 6월 1350원선까지 낮아졌다. 하지만 이후 급격하게 올랐고, 지금도 하방 요인보다 상방 요인이 더 많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수년간 대미 투자 금액은 꾸준히 늘어나는 것이 확정됐고, 관세로 인해 우리 기업이 벌어들일 수 있는 돈은 더 줄었다.
당국은 환율 급등의 이유로 ‘서학개미’를 꼽았다. 해외 주식투자가 늘면서 달러 수요도 커졌다는 것이다. 이창용 총재는 해외 투자자들이 ‘환율 위험’을 관리할 능력이 있는지 모르겠다고까지 했다.
온라인 상에서는 ‘환율오적’이라는 말도 나온다. 기업들과 국민연금이 달러를 대거 보유하고 있고, 기업의 해외투자와 도널드 트럼프, 그리고 서학개미가 ‘오적’에 들어갔다.
실제로 국내 투자자들이 보유하고 있는 미국주식은 전년 대비 크게 늘었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121억달러에서 이달 1562억달러로 커졌다.
올해 11월까지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주식 순매수 금액은 301억달러 수준이다. 또 환율이 본격적으로 오르기 시작한 7월, 8월 순매수 금액은 약 6억5000만달러에 불과했다.
보관금액이 커진 것은 순매수 금액과 함께 보유 중인 미국 주식의 주가가 올랐기 때문이다. 보관금액을 전부 해당 기간의 외화 유출로 보기는 어려운 셈이다.
우리나라는 이미 해외보다 국내 투자를 유도하는 정책을 가지고 있다. 외국 주식엔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하고, 국내주식에서 발생한 이익에 대해서는 세금을 매기지 않는다. 심지어 올해는 해외 어느 증시보다도 코스피의 상승률이 두드러졌다.
그럼에도 해외투자가 이어지고 있는 것을 보면, 우선 국내 경제상황과 주식시장의 신뢰도부터 돌아보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원화가치 하락의 더 큰 이유는 사실 국내외 정책 상황에서 찾아야 하지 않을까. 국제통화기금(IMF)은 우리 나라의 확장재정과 그로 인한 물가 상승을 우려했다.
외환당국의 구두개입이 늘었지만 정말 ‘잠깐’ 환율이 잡힌 뒤 더 빠르게 오른다. 그만큼 시장이 정부도, 주식시장도, 원화도 믿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김남석 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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