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의 질의에 답하는 도중 언쟁을 이어가자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이를 제지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의 질의에 답하는 도중 언쟁을 이어가자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이를 제지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의 최근 행보가 묘하다. 정통 경제관료 출신과는 동떨어진 행태에 대해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들이 많다. 거칠어진 그의 입을 두고 내년 지방선거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김 실장은 지난 18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의 질의 도중 버럭 화를 내며 격노하는 보기 드문 광경을 연출했다. 김 의원은 10·15 부동산 대책이 청년들의 주거 사다리를 끊었다고 지적하다가 전세를 살고 있는 김 실장의 딸을 거론했다. 사실상 ‘부동산 계엄령’이라는 평가를 듣는 10·15 대책은 김 실장이 주도했다. 그러자 김 실장은 “어떻게 가족을 엮느냐”, “가족에 대해 그런 식으로 얘기하지 말라”며 목소리를 높였고, 고성을 지르며 격분했다. 옆자리에서 우원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말렸으나, 김 실장은 뿌리쳤다. 김병기 운영위원장이 고성으로 제지하면서 상황은 일단락됐다.

김 실장은 이런 ‘사건’이 있은 바로 다음 날 친여 성향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했다. 정치인이 아닌 관료가, 그것도 대한민국의 모든 정책을 총괄하고 조정하는 최고위급이 진영논리에 충실해 국민 갈등을 증폭시킨다는 비판을 받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 방송에서 김 실장은 ‘상왕’(上王)이라는 말을 듣는 김어준씨로부터 “정치적 공격을 순진하게 받았다”며 “이왕 이렇게 캐릭터 잡힌 것, 다음엔 더 세게 해라”는 조언까지 들었다.

한미 관세협상을 진두지휘했던 김 실장은 이날 방송에서 지난 7월말 협상 타결 이틀 후 미국 측이 보낸 MOU 초안을 보고 “을사늑약은 저리 가라 할 수준”이라고 느꼈다고 했다. 미 상무부가 만든 문안이 일제가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빼앗은 1905년 을사늑약보다 심했다는 것이다. 이런 말이 미국 측에 들어가지 않았을리 만무하다. 강성 민주당 의원처럼 국익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 발언을 거침없이 해댄 것으로, 과거 어떤 관료도 이렇게 함부로 얘기한 사례는 없다. 김 실장은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 원자력 잠수함 건조지를 필라델피아 조선소로 언급한 데 대해 “조선소의 지금 상황을 몰라서 하신 말씀”이라고 해 외교적 리스크 우려를 낳았다.

이 모든 행태는 내년 지방선거 출마와 연관짓지 않고선 이해하기 힘들다. 여권내에서조차 위태롭다는 얘기가 나온다. 정책실장은 국정의 큰 방향을 설계하고, 묵묵히 대통령을 보좌하며 정책 성과로 결과를 보여주는 자리다. 그런데 벌써 ‘자기 정치’를 하는 듯한 정책실장의 한없이 가벼운 처사에 대한 ‘청구서’는 국민이 계산해야 된다는 게 안타까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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