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신기술금융 자산 1000억원대 ‘제자리’
신한카드, 상반기 신기술금융 자산 912억원…전체 88% 차지
낮은 수익성…제도 개선 필요
이재명 정부가 '생산적 금융'을 핵심 정책 기조로 내건 가운데 카드사들의 신기술금융 투자는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 수익성 악화로 모험자본 투자를 단행하기에 자금이나 인력 등이 부족한 상황이다. 카드업계에서는 신한카드가 신기술금융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20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8개 전업 카드사(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하나·우리·BC)의 신기술금융 자산은 전년 동기(1006억원) 대비 3.0% 증가한 1036억원으로 집계됐다. 카드사의 신기술금융 자산은 3년 전인 2022년 6월 말(1086억원) 1000억원대에 올라선 이후 줄곧 이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신기술금융업은 중소·벤처기업 등의 가능성을 판단해 투자·금융 지원을 하는 것으로 일종의 벤처캐피털(VC)이다. 이는 부동산에 쏠린 자금을 중소기업·벤처·첨단산업 분야로 흘러가도록 하는 생산적 금융과 같은 맥락이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역시 지난 9월 여신전문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서 "여전사는 신기술금융업을 통해 모험자본 공급자로서 중요한 역할을 해 왔으나 최근 몇 년간 신기술사업자에 대한 충분한 투자가 이뤄지고 있지 않다"면서 "카드사의 방대한 소비 데이터를 활용해 데이터 기반 신사업을 추진하는 등 미래 성장 동력도 발굴해달라"고 요청했다.
현재 카드사 8곳 모두 신기술금융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신기술 금융 사업 투자를 집행하고 있는 곳은 신한·KB국민·롯데·우리카드 등 4곳이다. 카드사 중에서는 신한카드가 신기술금융 투자에 가장 적극적이다. 6월 말 기준 신한카드의 신기술금융 자산은 912억원으로, 카드사 전체의 88%를 차지하고 있다. 롯데카드 51억원, 우리카드 36억원, KB국민카드 36억원으로 집계됐다.
신한카드는 신한금융그룹의 스타트업과 오픈이노베이션을 앞세운 기조에 발맞췄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그룹 기조에 맞춰 신기술 금융 분야에 투자하게 됐다. 전략적 협업이 가능한 기업에 직접 투자하거나 그룹사 펀드에 공동 출자 방식으로 하고 있다. 카드업권 내에서 비중이 많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술력 있는 기업에 그룹과 공동으로 투자를 지속해 벤처기업의 자금난 해소와 혁신 성장을 도모할 예정이다. 투자 생태계 활성화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카드업계 역시 생산적 금융 동참의 일환으로 신기술금융 투자에 공감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3분기 실적을 발표한 6개 카드사(삼성·신한·현대·KB국민·하나·우리)의 3분기 누적 순이익은 1조589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 감소했다. 현재 카드사들은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로 수익성이 악화한 상황 속에서 비용 절감으로 버티고 있다. 신기술금융업에 투자를 늘리기엔 여력이 마땅치 않다. 전문 인력을 배치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낮은 수익성도 발목을 잡는다. 신기술금융 투자를 진행한 4개사는 올해 상반기 20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912억원의 신기술금융 자산을 보유한 신한카드 역시 19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모험 자본 투자를 위한 제도 개선도 필요한 상황이다. 이 원장 역시 "감독 당국도 신기술금융업에 대한 제도개선을 검토하고 혁신금융서비스와 겸영·부수 업무를 폭넓게 허용하는 등 여전사의 투자 역량 제고와 경쟁력 강화를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최근 벤처 투자에 대해 규제 완화가 이뤄지고 투자를 촉진하고 있기 때문에 시장이 좋아지고 있다. 경기가 좋아지면 수익률을 제고할 수 있는 상황이 될 것"이라면서 "다만 모험 투자다 보니 리스크 때문에 위험 가중치가 높다. 벤처 투자는 많은 자본이 요구돼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카드사의 투자가 제한적인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최정서 기자 emotio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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