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19일 현행 고용과 노동 관련 형벌 규정이 사업자만을 향하고 있어,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행정체제로 대체할 필요가 있다고 건의했다. 사진은 경총 건물. 연합뉴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19일 현행 고용과 노동 관련 형벌 규정이 사업자만을 향하고 있어,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행정체제로 대체할 필요가 있다고 건의했다. 사진은 경총 건물. 연합뉴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19일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고용·노동 관련 25개 법률 가운데 사업주를 직접 처벌 대상으로 명시한 형사조항은 무려 233개에 달한다. 전체 형사처벌 조항의 65%다. 특히 근로기준법에는 총 72개 형벌조항 중 68개(94%)에 사업주 처벌 규정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채용절차법·남녀고용평등법·고령자고용법·근로자참여법·중대재해처벌법 등은 오로지 사업주만을 형벌 적용 대상으로 두고 있다. 법 위반 시 책임의 화살이 오로지 사업주에게만 향하도록 설계돼 있는 것이다. 이를 보면 단순 규제 수준을 넘어 사실상 ‘사업주형(刑) 중심 체계’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형사처벌은 제한적이고 최후의 수단이어야 한다는 법 원칙이 고용·노동 분야에서만큼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기업 내에서 발생하는 모든 문제는 사업주의 의지나 통제로 해결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법은 단 한 번의 실수에도 사업주를 형사범으로 취급한다. 기업이 새로운 인력을 뽑거나 설비 투자를 확대하는 데 필요한 것은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이다. 그런데 현행 법체계는 ‘잘못하면 바로 감옥 간다’는 불안감을 사업주에게 심어주고 있다. 이는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고 고용을 줄이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나아가 사소한 위반까지 형사 처벌의 대상이 되면서 불필요한 ‘전과자 양산’이라는 부작용도 피하기 어렵다. 근로자 보호를 위한 장치가 필요하다 해도, 그 방식이 지나친 형벌 중심이어서는 안될 것이다.

사고가 발생하면 행정조치보다 먼저 형사책임부터 들이대는 구조이니, “이러니 기업할 마음 나겠나”라는 푸념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지금과 같은 법 구조로는 기업이 마음 놓고 투자하고 일자리를 만들기를 바라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처벌 일변도의 규제에서 벗어나, 합리성과 균형을 갖춘 체계로의 전환이 시급하다. 이제 고용·노동 관련 법의 형사 규제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과도한 형사처벌 중심 규제를 행정제재 중심으로 전환해 비범죄화하고, 법정형 수준도 합리적으로 재설정해야 한다. 광범위하게 적용되는 양벌규정(범죄 행위자 외에 행위자의 법인이나 사업주도 처벌하는 규정) 역시 최소화해 기업 경영의 법적 안정성을 확보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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