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연 부동산유통부 유통팀장

“성수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 무라카미 하루키의 여행 에세이집 ‘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를 빌려 이렇게 묻고 싶다. 책에서 작가는 “나는 아직 명확한 답을 찾지 못했다”고 썼지만, ‘라오스’를 ‘성수’로 바꿔 물으면, 답은 명확해질 것이다. ‘경험’이 있고, 그 경험을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

1970~1980년대 구두 장인들의 공방으로 이뤄진 수제화거리였던 성수. 이곳은 2005년 대규모 생활 녹지 ‘서울 숲’이 들어서며 ‘머무는 곳’으로 변모하며 ‘성수 2.0’ 시대를 맞았고, 이후 유휴창고를 재해석한 대림창고 갤러리 등이 문을 열며 ‘문화 공간’으로 진화하며 ‘성수 3.0’ 시대가 열렸다. 이와 함께 맛집, 카페, 패션의 중심지로 부상하며 트렌드에 민감한 사람들이 모여드는 뜨거운 공간, 이른바 ‘핫플’로 탈바꿈했다.

사람들이 모여들자, 이 공간에서 자사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식음료(F&B) 기업들, 패션·뷰티 기업들이 앞다퉈 임시매장(팝업)을 열고, 플래그십을 차리면서 지금 성수는 거대한 ‘브랜드 실험실’이 돼 가고 있다.

트렌드에 민감한 내국인뿐만 아니라 K-컬처를 체험하고 싶어하는 외국인들로 매일 붐비는 공간이 바로 성수다. 2024년 성수역 연간 승하차 인구는 3220만명을 기록했는데, 외국인 방문자가 급증해 작년에만 약 300만명이 방문한 것으로 집계되기도 했다.

수제화의 거리에서 문화 공간, 그리고 K-컬처 거점으로 성수는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중이다. 이 진화의 방향은 ‘젊음’을 향하고 있다. 사람이 찾지 않는 공간은 ‘조로’해 버리는데, 성수는 브랜드 경험 공간인 팝업과 이를 체험하러 오는 수많은 사람들, 이들 간에 형성되는 공감대를 자양분 삼아 계속 젊어지고 있는 셈이다. 바꿔말하면, 성수는 곧 오래된 브랜드들이 ‘회춘’의 기회를 얻을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코로나19를 계기로 비대면 소비가 확산하고, 이로 인해 유통의 무게 중심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빠르게 이동한 지금, 전통의 오프라인 강자들은 곤두박질 치는 실적에 ‘망연자실’ 할 때가 아니다. 온라인에서는 알 수 없는 것들이 오프라인 공간 곳곳에 널려 있기 때문이다.

특정 브랜드의 상품 앞에서 사람들이 어떤 표정을 짓는지, 온라인에선 알 수가 없다. 어느 포인트가 ‘감동’을 야기해 ‘구매’와 ‘결제’로 이어지는지를 실시간 목격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오프라인이다.

나아가 본인에게 감동을 준 공간에 다음번엔 누구 손을 잡고 오는지, 즉 특정 브랜드·상품이 만들 수 있는 ‘공감 지대’의 스케일까지 가늠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오프라인 공간이다. 트렌드를 만들어 나가는 젊은 소비자들의 ‘공감 지대’의 핵심에 있는 것이 ‘팝업 지대’다.

눈여겨 볼 점은 성수에선 이러한 ‘공감 지대’가 성수역 인근에서 시작해 연무장길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상권이 그만큼 확장되고 있다는 얘기다.

CJ올리브영 데이터인텔리전스팀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성수 팝업 지대의 위력은 더 커졌다. 연간 유동인구는 2000만명 증가한 2억9000만명, 연간 총 결제금액은 4900억원 늘어난 2조7000억원을 기록했다. 연간 총 결제건수도 581만건이 증가한 7706만건에 달했다.

특히 K-뷰티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헬스앤뷰티(H&B) 결제건수가 급속히 신장하고 있다. 과거 1년 대비 결제건수 신장률을 보면, H&B 업종의 신장률이 무려 84%나 됐다. 뷰티 브랜드들의 팝업 수도 크게 증가했다. 월평균 8건 수준에서 14건으로 75%나 늘었고, 이 팝업들은 연무장길 상권 전반에서 펼쳐졌다.

이는 가상세계가 아닌 현실세계에서 ‘직접 체험’을 하려는 욕구, 그 체험을 통해 ‘공감’을 얻고 싶은 욕구가 점점 커지고 있다는 것을 이야기해 준다. 온라인이 지배하는 시대에도 오프라인이 이렇듯 꿈틀대고 있다. 다시 오프라인에 주목할 때다.

김수연 기자 newsnew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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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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