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일가 미등기임원, 전체 7%… 사익편취 규제대상 54%
총수일가 이사등재 518개, 50개 늘어
“미등기임원 증가, 권한과 책임 괴리가 문제”
대기업 총수일가가 이사회 구성원이 아닌 미등기임원으로 등록한 사례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절반 이상은 사익편취 규제 대상이었다. 미등기임원은 경영에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하면서도 상법 등 법적 책임에 자유로워 권한과 책임의 괴리가 문제된다는 지적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의 '2025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배구조 현황 분석'을 19일 발표했다. 이번 조사 대상은 공시대상기업집단 86개 소속 2994개 계열회사(상장·비상장)다.
77개 공시집단 중 총수일가가 1명 이상 미등기임원으로 재직 중인 기업은 7.0%(198개사)로, 전년 대비 1.1%포인트 증가했다.
총수 일가가 미등기임원으로 재직 중인 회사 비율은 하이트진로가 58.3%로 가장 높았다. 이어 DN, KG, 금호석유화학, 셀트리온 순이었다.
특히, 총수일가 미등기임원은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에 더 많이 재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총수일가가 미등기임원으로 재직 중인 직위 총 259개 중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의 직위가 141개로 절반 이상(54.4%)을 차지했다.
총수일가 1인당 평균 1.6개, 총수 본인은 평균 2.6개, 총수 2·3세는 1인당 평균 1.7개 회사에 미등기임원으로 재직 중이다.
총수 일가의 미등기임원 겸직 수는 중흥건설이 가장 많았고, 이어 한화, 태광, 유진, 한진·효성·KG 순이었다.
음잔디 공정위 기업집단관리과장은 "미등기임원은 경영에 실제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지만 등기임원과 달리 상법 등 법적 책임에서 비교적 자유로워 권한과 책임의 괴리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개정 상법에서는 이사회 충실 의무 규정이 강화됐는데, 미등기임원 총수 일가가 늘어난다면 개정법의 실효성이 저하될 우려도 있다"고 덧붙였다.
총수일가가 이사로 등재된 기업은 총 518개사로 전년보다 50개 증가했다. 기업의 전체 등기이사 중 총수일가는 704명으로 전년대비 66명 늘었다.
총수일가는 1인당 평균 2.2개, 총수 본인은 평균 2.8개, 총수 2·3세는 평균 2.6개의 이사 직함을 보유하고 있다.
전체 계열사 중 총수일가가 이사로 등재된 회사 비율은 셀트리온과 부영, 영원, 농심, DN 순으로 높았다.
DL과 미래에셋, 이랜드, 삼천리, 태광 등 5개 집단은 총수일가가 이사로 등재되지 않았다.
음 과장은 "이사는 상법 등에 따라 책임과 의무가 명확해 등기이사로서 경영에 참여한다면 책임경영 측면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다만 "한 사람이 여러 회사에서 이사를 겸직하는 것은 꼭 바람직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것이 법으로 금지되는 것은 아니지만 업무 부담의 과다로 인한 업무 집중 곤란, 이해 충돌 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상장회사의 이사회 내 사외이사 비율은 51.3%였다. 회사당 평균 3.3명의 사외이사가 선임됐다.
이사회 내 사외이사의 비중은 중흥건설과 교보생명보험, 크래프톤, 한국항공우주산업, 금호석유화학 순으로 높았다. 최근 1년간 이사회 안건 9618건 중 원안대로 통과되지 않은 안건은 총 37건, 이중 사외이사가 반대한 안건 수는 14건으로 집계됐다.
상장 대기업 중 집중·서면·전자투표제 중 하나를 도입한 회사는 319개사로 88.4%였다.
음 과장은 "상장사의 이사회 내 사외이사 비율이 법정 기준보다 상당히 높고, 선임 의무가 없는 경우에도 자발적으로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사례가 많은 것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올해도 이사회 상정 안건의 99% 이상이 원안 가결되고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경영진에 대한 사외이사의 감시·견제 기능이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며 "총수있는 집단의 경우 이사회 운영의 독립성이 낮은 편"이라고 부연했다.
세종=원승일 기자 wo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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