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주유소가 2035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53~61% 확정이라는 에너지 전환기에 석유시장 전체를 붕괴시키는 ‘시한폭탄’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알뜰주유소의 저가 공급 정책이 정유사·주유소의 에너지 투자 여력을 잠식해 시장 자체가 유지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구조를 그대로 둘 경우 도심 내 주유소 접근성이 급속히 악화되고 소비자 피해가 현실화될 것”이라며 알뜰주유소 정책의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형건 강원대학교 교수는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석유유통시장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과거 고유가 시절 만들어진 알뜰주유소 정책은 에너지전환과 수요 감소에 맞지 않는다”며 “정부가 물가 조정 수단을 알뜰주유소의 가격 통제가 아닌 유류세 조정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2035년 NDC가 2018년 대비 53~61% 감축과 수송 부문의 감축 비중은 60.2~62.8%로 확정된 것은 이러한 문제의식을 더 키운다. 연비 개선 수준으로는 도달할 수 없는 목표로, 사실상 내연기관 판매 제한에 준하는 무공해차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석유제품 수요는 구조적 감소가 불가피하며, 정유사의 내수 중심 사업에도 직접적인 타격이 예상된다.
여기에 알뜰주유소의 시장 가격 왜곡까지 겹치면서 정유사들은 에너지전환에 필요한 투자 여력을 잃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통상 국내 도매가격은 국제가격(FOB)에 운임, 항만·저유비, 재고비용, 유통 마진 등이 반영돼야 하지만, 알뜰주유소는 이보다 낮은 국제가격 수준에서 제품을 공급받고 있어 시장가격을 끌어내리고 있다는 것이다.
투자 여력을 상실한 것은 주유소도 마찬가지다. 최근 연평균 약 1900여 곳의 주유소가 폐업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속적인 마진 축소로 50kW급 급속충전기 2기 설치, 수소충전소 부지 전환 등 신규 투자 여력이 충분히 확보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알뜰주유소의 역할을 완전히 재정의해 정부 지원은 폐지하고, 미래 에너지 인프라 구축 기능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인센티브를 줘가며 가격을 낮추게 하는 구조를 폐지하고 그 예산을 향후 에너지전환을 위한 인프라 구축 투자로 전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 소비자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목소리다. 알뜰주유소 정책이 일반 주유소 생존율에 유의한 감소를 초래하면서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주유소가 줄고, 집이나 회사에서 더 먼 곳으로 이동해야 해 이동비용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장연재 숭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실제 알뜰주우소 인근 주유소의 셀프주유소 전환비율이 확대됐다”며 “기존 주유소를 분산 전원형 전환, 모빌리티 허브화, 물류와 교통 데이터 거점 등 미래 산업 인프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환 에너지경제연구원 석유정책연구실 실장도 “현재 수준의 낮은 영업이익률로는 주유소 사업을 지속하는 것은 오히려 비효율적 자본 배분을 초래해 폐업이 합리적 선택이 되고 있다”며 “도심 내 주유소 상당수가 유사한 구조적 한계를 겪고 있어 정책 개입이 없다면 소비자들이 주유소를 점점 더 찾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강남구 삼성로 오천주유소의 사례를 대표적인 예로 들었다. 이 주유소는 2019년 기준 휘발유·경유·고급유 세 종을 모두 팔아도 영업이익은 3억원 수준에 그쳤다. 공시지가가 408억원에 달하는 부지를 국채 등 무위험 자산에 투자할 경우 연 16억원의 수익이 발생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주유소 운영이 경제 논리상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이다.
차남수 소상공인연합회 정책개발본부장도 “문제는 현행 법령이 주유소의 건폐율, 용도 제한, 부대시설 제한 등으로 편의점, 차량케어, 세차, 물류 거점, 지역생활시설 등으로 확장이 어렵다는 점”이라며 “주유소가 새로운 수익모델을 만들지 못하는 장애 요인으로 석유유통발전기금을 활용해 일번주유소의 에너지전환을 조속히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한나 기자(park27@dt.co.kr)실시간 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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