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열풍에 힘입어 올해 반도체 수출액이 역대 최고 신기록을 깰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은 내년부터가 시작이라는 장밋빛 전망도 나온다. 그런데 기업들은 의외로 반도체도 디스플레이, 전기차용 배터리처럼 5년 뒤엔 한국이 중국에 밀릴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지금 주가는 물론 수출까지 한국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게 ‘K-반도체’인데, 기업들은 지금 중국을 두려워하고 있다.
일단 반도체가 올해는 물론 내년까지 우리 경제를 견인할 것은 확실해 보인다. 한국무역협회는 17일 ‘반도체 전방산업 업황진단 및 2026년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연간 반도체 수출액이 지난해(1419억달러) 실적을 넘어 사상 최대치를 경신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무협은 올해 반도체 수출액이 1~9월 누적으로 1197억달러를 기록해 이미 작년 동기보다 16.8% 증가했으며,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중심으로 한 메모리 공급부족 상황이 내년까지도 계속되면서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한국경제인협회의 전망은 이와 결이 달랐다. 기업들은 올해 기준으로 한국이 중국보다 10개 업종 중 반도체를 포함한 5개 업종에서 경쟁력이 앞서고 있지만, 5년 뒤인 2030년에는 10개 주력업종 모든 분야에서 중국이 한국을 앞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경협이 수출이 주력인 매출액 1000대 기업(200개사 응답)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다.
기업들은 중국이 한국보다 앞서는 이유로 가격경쟁력을 가장 높게 꼽았고 생산성, 정부지원, 전문인력, 핵심기술, 상품브랜드 등에서 모두 앞설 것이라고 지적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역시 비슷한 이유로 중국이 AI 반도체에서 미국을 앞설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황 CEO는 미국의 과도한 규제가 중국의 기술자립을 부추기고 있으며, 그 결과 중국의 AI와 반도체의 경쟁력이 한국은 물론 미국도 뛰어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이렇게 경고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우선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거의 무료에 가까운 에너지 보조금 지원을 받고 있으며, 기업들에 자국 반도체를 사용할 것을 권고할 정도로 지나친 산업 보호 정책을 펴고 있다. 여기에 15억 인구를 앞세운 시장과 소프트웨어, 인재 인프라까지 가지고 있다.
실제로 중국의 반도체는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지난 2월 발간한 ‘3대 게임체인저 분야 기술수준 심층분석’에서는 작년 기준 한국의 반도체 분야 기술 기초역량이 모든 분야에서 중국에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엔 한국이 앞섰지만, 2년 만에 역전당한 셈이다. 고집적·저항기반 메모리, 차세대 고성능 센싱, 고성능·저전력 AI 반도체 기술 분야 등에서 모두 중국이 앞선 것으로 평가됐다. 이미 중국 화웨이는 내년 1분기 신형 AI 반도체인 ‘어센드 950PR’에 자체 개발한 HBM을 탑재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CXMT의 경우 HBM3 샘플칩 개발을 완료하고, 내년 HBM3 양산, 2027년 HBM3E 양산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메모리는 HBM의 경우 중국과 2~3년 격차가 난다고 보지만 이 역시 좁혀질 수밖에 없다. 한국은 HBM4 이후 메모리 초격차를 위한 기술 개발이 중요한 시기”라며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도 미 빅테크로부터 AI반도체용 수주를 확보해야 투자도 의미 있다. 양적·질적으로 중국을 압도할 수 있는 투자와 기술 개발이 동반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우진 기자 jwj17@dt.co.kr
실시간 주요뉴스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