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신보 대신 은행이 보증 심사…대출 속도·심사 정확도 ‘진화 중’

리스크는 은행 쪽으로 일부 이동…건전성 관리 새 과제

디지털 전환·매출 증대 증빙…정책 취지 맞지만 문턱 논란도

[연합뉴스]
[연합뉴스]

정부가 3조3000억원 규모의 ‘소상공인 성장촉진 보증부대출’을 가동하며 금융권의 대출 구조가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핵심은 지역신용보증재단과 기술보증기금이 담당해온 보증 심사를 은행이 직접 수행하는 ‘위탁보증 방식’의 전면 도입이다. 대출 속도와 심사 효율성은 크게 높아질 전망이지만, 그만큼 은행이 보증 리스크를 떠안아야 하는 구조로 바뀌면서 건전성 관리라는 과제가 동시에 부상하고 있다.

17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소상공인 성장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총 3조3000억원 규모의 ‘소상공인 성장촉진 보증부대출’이 이날부터 은행별로 순차적으로 출시된다. 성장촉진 보증부 대출은 ‘은행권 맞춤형 소상공인 지원방안’에 따른 상생보증 대출이다.

농협·신한·우리·국민·IBK·SC제일·수협·제주 등 8개 은행이 이날 먼저 출시하고 28일에는 하나·iM·부산·광주·전북·경남 등 6개 은행이 출시한다. 카카오·토스·케이뱅크 등 3개 인터넷은행은 내년 초 출시할 예정이다.

기존 소상공인 보증부 대출은 대부분 지역 신용보증재단을 거쳐야 했다. 반면 이번 정책은 은행이 보증 심사를 대신해 ‘대출과 보증을 한 번에 처리’할 수 있게 설계됐다. 이는 소상공인 입장에서는 절차 단축·편의성 증대라는 즉각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은행 입장에서는 보증심사 데이터를 확보해 향후 여신 전략을 정교화할 수 있는 기회다.

하지만 보증 리스크가 은행에 일부 이관되는 구조라 건전성 관리 부담이 커진 모습이다. 90% 보증비율로 설계돼 있지만, 보증 사고 발생 시 은행의 부담이 완전히 사라지진 않는다. 특히 경기 사이클이 둔화될 경우 부실 위험이 집중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은행권 내부에서는 기준이 명확한 기업에는 대출이 쉬워지는 반면, 매출 변동성이 큰 소상공인은 오히려 문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부동산 경기 둔화와 소비 둔화 등 경기 변수까지 겹치면서 건전성 관리가 은행권의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금융당국 역시 은행의 보증 심사 과정에 대한 사후 점검과 리스크 관리 기준 마련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들은 보증 심사 과정에 데이터 분석·인공지능(AI) 기반 평가 모델을 적용하며 디지털 전환 속도를 높이고 있다. 매출 추적, 계좌 입출금 패턴, 세금 신고 내역 등이 실시간으로 반영되면서 심사 정확도는 높아졌다는 평가다.

지나친 정량화 기준이 영세 자영업자나 초기 창업기업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매출 변동이 큰 일부 업종은 “대출을 더 정확히 심사하겠다는 취지는 맞지만 실제로는 시장 문턱이 높아진 것 아니냐”는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되기까지 일정 시간이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기업 정보의 투명성을 높이고 심사 속도를 개선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보증 부담이 은행으로 이동한 만큼 건전성 관리 체계의 정교화가 필수라는 것이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은행 보증이 자리 잡으면 대출 인프라 전체가 효율화될 수 있다”면서도 “초기에는 보증 기준·리스크 관리 체계의 미세 조정이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주형연 기자(jhy@dt.co.kr)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주형연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