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경제’를 내세운 다카이치 사나에(사진) 일본 총리가 취임 한 달만에 위기를 맞고 있다. ‘유사시 대만 개입’ 발언에 중국은 ‘한일령’(限日令·일본 제한령) 카드를 꺼내 들었다. 트럼프발 관세 폭탄에 경제마저 역성장했다.
대만 사태는 다카이치 총리가 지난 7일 일본 현직 총리로는 처음으로 ‘대만 유사시’가 일본이 집단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는 ‘존립위기 사태’에 해당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 불거졌다.
대만을 자국 일부로 여기는 중국은 이후 비판 수위를 점점 올린 끝에 자국민 대상 여행·유학 자제까지 권고했고, 추가로 제재와 교류 중단 등을 거론하며 해당 발언을 철회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예상보다 강한 중국의 강공에 다카이치 총리는 대만 관련 발언을 삼가면서도 보수층 여론을 고려해 논란이 된 언급을 철회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해결 실마리를 찾기가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중국 정부의 일본 여행 자제령에 중국 주요 항공사들은 연말까지 일본행 항공권 무료 취소가 가능하다는 대응책을 내놨다.
중국의 대형 여행사들도 일본 여행 상품 판매를 중지하기 시작했다. 일본정부관광국(JNTO)에 따르면 올해 1∼9월 일본을 찾은 중국인은 748만 명으로 국가별 순위 1위였다. 일본 방문 중국인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42.7% 증가했다.
일본 민간연구소 노무라소켄의 기우치 다카히데 이그제큐티브 이코노미스트는 실제로 중국인의 일본 방문이 급감할 경우 일본 국내총생산(GDP)이 0.36%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경제 손실액은 2조2000억엔(약 20조8000억원)으로 추산했다.
경제성장률도 6분기만에 후퇴했다. 일본 내각부가 17일 발표한 올해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속보치)은 전 분기보다 0.4% 감소했다. 연율 환산 기준 성장률은 -1.8%다. 이로써 작년 2분기 이후 5분기 연속 이어진 플러스 행진이 멈췄다. 미국 관세 인상으로 자동차와 부품 부문 수출이 급감한 점이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지난 7월 일본은 5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펀드를 포함하는 미국과의 관세 협상을 통해 승용차 관세를 기존 27.5%에서 15%로 낮췄으나 이 관세율 역시 일본 경제에 상당한 피해를 주고 있다는 평가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스테판 앙그릭 일본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초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인상을 앞두고 미국 내 선제 구매로 나타났던 모멘텀이 현재 사라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수출 감소세가 일본 내 기업들, 특히 자동차 제조업체들을 비용 절감 모드로 전환하게 만들면서 일자리 창출 둔화, 투자 감소, 임금 인상폭 축소 등 경제 전반에 걸쳐 파급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민간 소비 부진도 성장를 가로막고 있다. 식품과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인해 올해 3분기 개인 소비는 전 분기 대비 0.1% 상승하는 데 그쳐 사실상 정체 상태에 머물렀다. 다카이치 내각은 경제 활성화를 위한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고려 중이나 녹록지 않다. 당장 한일령이 발등의 불이다. 기우치 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의 연간 GDP 성장률을 0.6% 정도로 본다면 중국인 방문객 감소가 성장 폭을 절반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남석 기자 kns@dt.co.kr
실시간 주요뉴스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