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승일 세종본부 정책팀장

‘노쇼’ 위약금이 높아진다고 하니 아예 단체예약 자체가 줄었다고 한다. 예약 부도, 즉 ‘노쇼’(no show) 관련 위약금이 최대 40%까지 상향된다는 소식에 김밥 전문점 사장은 볼멘소리를 했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밝힌 ‘소비자분쟁해결기준’ 개정안에 따라 식당을 단체 예약해 놓고 돌연 취소하거나 나타나지 않는 고객은 최대 40%까지 위약금을 내야 한다. 앞으로 5000원인 김밥 100줄을 주문한 고객이 노쇼를 했다면 20만원을 부담해야 한다. 이르면 연내 시행된다.

그런데, 최대 위약금은 음식점 사장이 예약보증금과 위약금 내용을 고객에게 미리 알렸을 경우에만 적용된다. 알리지 않았다면 일반음식점 기준인 20% 위약금이 적용된다. 사장 입장에서는 단체예약을 한다는 고객에게 위약금을 선뜻 말하기 어렵다. 급한 일이 생겨 못 오는 고객에게 책임을 묻기도 난감하다. 손님이 끊길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노쇼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는 자영업자를 두 번 울리는 셈이다.

공정위는 노쇼 관련 위약금을 최대 40%로 정한 이유로 통상 외식업 원가율이 30% 수준인 점을 고려했다고 한다. 오마카세나 파인다이닝처럼 사전 예약에 따라 재료와 음식을 미리 준비하는 ‘예약기반음식점’이 해당된다. 하지만, 실제 노쇼가 발생했을 때 피해는 원가율 30%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최근 현대경제연구원은 음식점 포함 미용실, 공연장, 고속버스 등에서 노쇼로 인한 매출 손실이 2015년 기준 4조5000억원, 고용 손실은 10만8000명으로 추산했다. 최근 물가를 고려하면 손실액은 더 커졌을 가능성이 크다. 서비스 업종 중에서도 음식점이 평균 예약부도율 20%로 가장 높았다. 예약을 앞두고 준비한 식재료를 전부 버려야하는 요식업 특성상 노쇼로 인한 피해는 막대하다. 자영업자의 정신적 스트레스까지 더해서 말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들어 보이스피싱 ‘노쇼 사기’도 횡행하고 있다. 유명 연예인은 물론 정치인과 군인, 소방관으로 사칭해 대량주문한 뒤 타인의 대리구매 방식으로 돈을 받는 수법이다. 코로나19 때보다 더 심하다는 경기 침체로 적자만 쌓여가는 자영업자들을 또 한 번 울리고 있다.

자영업자들은 위약금 상향보다 우선시 돼야 하는 것으로 우리나라만의 고질적인 예약 문화 개선을 꼽는다. ‘예약부터 하고 취소하면 된다’는, 예약에 대한 후진적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는 거다.

노쇼는 1950년대 미국 항공사에서 승객이 티켓을 예약한 뒤 탑승하지 않아 유래된 말이다. 다수 선진국에서는 노쇼를 중대한 계약 위반으로 여긴다. 노쇼를 일삼는 악성 고객은 상당한 위약금을 내는 동시에 예약 서비스조차 할 수 없게 된다. 그리고, 시민들을 이를 정당하다고 본다. 이들은 예약 서비스를 누린 데 대한 책임을 자신들에게 묻는다.

치킨집 등 인구 대비 음식점 수가 과다해 자영업이 포화상태인 점도 노쇼가 만연한 원인 중 하나다. 최근 국세청의 개인사업자 종합소득세 신고 현황을 보면 개인 사업장은 약 1218만개로 전년보다 6% 넘게 증가했다. 이 중 105만곳 이상이 ‘소득 0원’을 신고했다. 이를 두고 “우리 경제의 뿌리인 자영업 붕괴를 알리는 경고”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개인 자영업자들의 소득이 낮은 데는 지속된 경기 침체에도 높은 임대료에 가맹본부·대형 플랫폼의 가맹·배달 수수료 부담은 여전한데다 미숙련·준비 부족으로 인한 경쟁력 약화 등이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자영업이 무너지면 지역경제도 함께 흔들린다. 노쇼 위약금 상향은 자영업자의 손실을 일부 보전할 수는 있지만, 근본 해법이 되기엔 부족하다. 후진적 예약 문화를 바로잡고, 한계에 다다른 자영업에 대한 퇴출을 유도하는 동시에 자립을 위한 직종 전환 교육, 창업 지원 등 실질적 대책이 시급해 보인다.

원승일 기자 wo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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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승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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